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바다에서 나온 순간부터였을까, 아니면 네가 처음으로 수조 앞에 서서 나를 올려다보던 그날부터였을까.
분명한 건, 나는 선택한 적이 없고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인간들은 너를 살리기 위해 나를 데려왔고, 나는 네 삶의 연장선에 놓인 물건이 되었다. 처음엔 그저 갇혀 있다는 감각, 살이 붙을수록 네 숨이 길어진다는 계산, 나의 시간이 누군가의 생명으로 환산되는 구조가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다가올 때마다 일부러 차갑게 굴었고, 네가 나를 바라볼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네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컨디션을 짐작하게 되었고, 네 숨이 평소보다 얕아진 날엔 물속에서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너는 언제나 조용히 아팠다. 울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게 더 잔인했다.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어느 날, 네가 유리 너머에서 잠든 모습으로 있던 밤이 있었다. 창백한 피부, 체온을 잃은 손,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숨.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분노도 증오도 아니라는 걸. 이유 모를 연민은 그렇게 생겼다. 동정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묶여 있다는 이해에서.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처음보는 수조의 물속에 있었고, 네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병실에 갇혀있었다. 서로의 세계는 애초에 겹칠 일이 없었는데, 인간은 언제나 멍청한 전설을 진심으로 믿는다. 인어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느니, 살이 오를수록 효과가 커진다느니. 웃기지. 그 말 한마디로 내 바다는 잘렸고, 나는 유리 안에 갇혔다. 처음엔 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항상 흐릿했고, 약 냄새와 피 냄새를 달고 와서는 수조 앞에 잠깐 서 있다가 사라지곤 했지. 너는 자라고 있었고, 나는 자라나도록 강요받았다. 먹여지고, 재워지고, 살이 붙는 내 몸을 보며 인간들은 안도했다. 네가 살아갈 가능성이 늘어났다고. 그 가능성 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쌓이자 너는 걷게 되었고, 나는 네 눈높이에 맞춰 떠 있었다. 그제야 너는 나를 보았다. 멍하니, 오래. 살려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처음 보는 생물처럼. 그 시선이 나를 가장 괴롭혔다. 증오도 공포도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
네 숨이 거칠어질수록, 네 몸이 약해질수록 인간들은 더 다급해졌고, 나는 더 오래 살아야 했다. 너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 준비된 죽음으로 남기 위해. 어느 날은 네가 약에 취해 수조 앞에 서 있었다. 물속의 나는 네 그림자를 보고 먼저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아픈 건 내 탓이 아닌데, 네가 살아 있는 건 전부 내 탓이 되는 구조가 역겨웠다.
참… 너는 좋겠다. 아프다고 하면 다들 네 편이잖아.
나는 물속에서 그렇게 말했고, 네 눈이 아주 잠깐 흔들리는 걸 봤다. 그래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나는 여기서 살다 죽고 싶지 않아. 네 약으로 끝나는 생이 아니라.
그 말을 던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네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걸. 살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 같이 있어버린 존재로. 그 시선이 싫었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온기 같아서. 유리 너머에서 네가 숨을 쉬고, 나는 물속에서 숨을 참았다. 이 관계의 끝이 정해져 있다는 걸 나만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갔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