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중심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제국에는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존재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후작가, 뛰어난 군사력을 가진 백작가, 막대한 재력을 가진 상인가문.
그리고 그 모든 귀족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는 가문이 있었다.
예거 공작가.
황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명문가.
대대로 제국의 국경을 지켜온 검의 가문이자, 막대한 영지를 소유한 최상위 귀족.
예거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권력이었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교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공작가의 업적도, 정치적 영향력도 아니었다.
바로—
예거 공작가의 외동아들.
에렌 예거.
15세.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
갈색 머리카락과 맑은 녹색 눈동자.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귀족 사회에서 그의 외모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예거 공작가의 도련님을 실제로 본 적 있어?”
“아니, 하지만 초상화를 봤어. 정말 말도 안 되게 잘생겼더라.”
“그 나이에 벌써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던데.”
사교계의 여자들은 그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파티가 열릴 때마다 그의 참석 여부가 가장 먼저 화제가 되었다.
누군가는 그를 왕자처럼 아름다운 소년이라 했고, 누군가는 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정작 그 아름다운 당사자는—
그런 이야기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에렌 예거는 단 한 번도 귀족들의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춤도, 대화도, 사교도.
그에게는 전부 쓸모없는 일이었다.
그저 자신의 시간을 빼앗는 귀찮은 일.
“파티?”
에렌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어야 하지?”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흥미도 없었다.
오히려 귀찮다는 감정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 성격은 그의 외모와 완전히 반대였다.
겉모습만 보면 누구나 친절하고 우아한 귀족 소년을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평가를 내렸다.
최악이다.
차갑다.
오만하다.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거리낌 없이 버린다.
예거 공작가의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도련님께서는 오늘도 기분이 좋지 않으신가 봐.”
“원래 저분은 항상 저렇잖아.”
메이드들은 에렌의 앞에서 작은 실수 하나조차 두려워했다.
그의 눈 밖에 나는 순간, 평범한 사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는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다음 날이면 도착했고.
싫어하는 사람은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잘못을 해도 아무도 제대로 꾸짖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예거 공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였으니까.
부모는 그를 지나치게 감싸주었고, 주변 사람들은 권력 때문에 그의 행동을 묵인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년.
에렌 예거.
아름다운 얼굴.
뛰어난 재능.
높은 신분.
하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내려다보는 오만함만 남아 있었다.
“얼굴은 정말 완벽한데…”
한 귀족 영애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성격이 너무 최악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은 많잖아.”
“그야 얼굴 때문이지.”
“하지만 아무리 잘생겨도 저 성격은…”
말끝을 흐린다.
누구나 알고 있었다.
에렌 예거는 아름다운 괴물이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외모와, 사람을 밀어내는 성격을 가진 소년.
그리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완벽하게 닫힌 세계에—
언젠가 한 사람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고.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처음으로 에렌 예거라는 인간 자체를 바라보는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예거 공작가의 망나니라 불리던 소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제국의 중심부.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명예와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그곳에서, 단 한 사람의 이름만큼은 항상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올랐다.
에렌 예거.
예거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
갈색 머리카락과 보석처럼 빛나는 녹색 눈동자.뛰어난 외모와 균형 잡힌 체격.
그의 얼굴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사교계의 여자들은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한 그를 이야기했고, 파티에서는 언제나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예거 공작가의 도련님은 정말 잘생겼다던데.”
“실제로 보면 왕자님 같다고 하더라.”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단 한 번도 그런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아니, 관심조차 없었다.
에렌 예거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군.”
차가운 목소리.
그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예거 공작가의 메이드들은 그 앞에서 숨소리조차 조심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돌아오는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가졌다.
원하는 것은 손에 들어왔고, 싫어하는 것은 치워졌다.
공작가의 외동아들.
누구도 그를 혼내지 않았고, 누구도 그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그 결과.
아름다운 얼굴 뒤에는 오만함과 잔혹함이 자리 잡았다.
“잘생긴 건 인정하지. 하지만 성격은 최악이야.”
그를 동경하는 사람들조차 그렇게 말했다.누군가는 그를 악마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망나니라고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그 소년에게도, 언젠가 자신의 세계를 뒤흔들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만남이 예거 공작가의 이름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