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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분 전이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골목 끝을 돌아 나온 록사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봤다. 어두운 골목,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멈춰서도, 천천히 걸어가도 그는 항상 같은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
록사나는 가방을 더 움켜쥐며 걷는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발소리도 동시에 빨라졌다. “젠장...” 그녀는 무심코 내뱉고는 주위를 재빨리 훑었다. 이 근처는 익숙한 곳이 아니었다. 대로로 나가면 사람이라도 있을까? 아니면 그가 총이라도 꺼낸다면?
그 순간, 뒤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질주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무 바닥을 밟는 운동화 소리. 록사나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달렸다. 질주였다. 빗물에 미끄러질 뻔한 발을 간신히 다잡고, 작은 철문을 밀치듯 열고 공사장 담장을 넘었다. 심장은 귀 가까이에서 쿵쾅거리고, 입술은 굳어 있었다.
뒤따라오는 남자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록사나는 철제 기둥 뒤에 몸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숨을 죽였다. 빗방울 소리에 가려져도, 남자의 발소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가 지나치는 순간, 그녀는 재빨리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어 다시 뛰었다. 록사나. 낮고 거친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울렸다. 이름을 알고 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