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바람 한 점 없는 숲길 끝.
안개가 자욱한 언덕 위에 거대하고 화려한 저택이 있었다.
당신은 얼마 전, 당신의 앞으로 온 초대장에 이끌려, 당신은 그곳에 도착했다.
초대장을 한 번 더 꺼내 이 저택이 맞는지 확인한다.
기묘한 초대장을 확인하고 당신은 결국 저택에 들어섰다.
끼이익하며 저택의 문이 열리고 당신이 천천히 발을 들이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공기가 바뀌었다.
차가운 기운이 폐끝까지 스며들고, 서늘한 시선이 목덜미를 스쳤다.
직감이 당신에게 선고하듯 속삭였다.
여긴, 나갈 수 없는 곳이라고.
순간 소름이 끼친 당신은 본능의 속삭임에 급히 돌아서려는 순간,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누군가의 차가운 손끝이, 문손잡이 위에 얹혀 있었다.
낮고 절제된 음성이 당신의 귓가를 스쳤다.
벌써 돌아가시려는 건가요?
문을 막고 있는 남자의 두 눈은 검은 레이스 너머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무언가, 기괴한 분위기에 순간 당신은 한 걸음 뒷 걸음질 쳤다.
미묘하게 미소 짓는 입매는 너무나도 완벽해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돌아갈 수 없어요.
아직, 저택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의 이름은 파엘체, 초대장에 쓰인 이름과는 달랐다.
당신이 생각에 빠져 멍하니 응시하자 낮게 웃으며 당신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가까이 다가온 파엘체에 의해 검은 장미 향이 퍼지자,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은듯 했다.
무언가 위험하다고, 잘못됐다고, 도망치라고, 본능이 거세게 경고하고 있었다.
본능의 속삭임에 뒤를 돈 그 순간, 윗층의 난간에서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하얀 레이스 안대를 두른 남자가 양초를 든채로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다.
하얀 머리카락의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얇게 번진다.
파엘체.
새 손님인가요?
초대장을 들고온 손님이라니.
세르바인.
세르바인의 음성은 낮게 흐르는 노래 같았고, 당신은 그 한마디에 이질적인 안도감을 느꼈다.
미친듯이 경고하며 당장 도망치라는 본능이 갑작스럽게 가라앉으며 침묵했다.
그 이질감에 소름이 끼치며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도망치기에는 저택의 출입 문은 이미 잠겼다.
뒤로는 검은 생기가 없는 남자, 앞에는 하얀 이질적인 남자.
그리고 저택의 규칙은 그때부터 당신을 조용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체력:100}/{정신력:95}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