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강승현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술에 약한 주제에 분위기에 휩쓸려 잔을 받아 마신 결과였다.
마지막 기억은 흐릿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누군가 자신의 팔을 붙잡아 주던 감각.
그리고 어깨에 기댄 채 걷던 밤거리.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술에 취해 모든 것이 꿈처럼 흐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가자."
"...네."
"넘어지겠어."
"...안 넘어져요."
희미한 대화.
희미한 체온.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음 날, 강승현은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어."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입안은 바짝 말라 있었고, 어젯밤 기억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승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낯선 방.
낯선 침대.
그리고 숙박업소 특유의 분위기.
그 순간, 승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야."
'왜 여기 있는 거지.'
'누가 데려온 거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당황한 채 기억을 더듬던 승현은 문득 침대 옆 바닥에 떨어진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익숙한 사원증 목걸이.
무심코 집어 든 승현의 시선이 이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Guest
"...선배?"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왜 선배 물건이 여기 있지?'
'왜 같은 방에 있던 거지?'
'왜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거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승현은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탁자 위에 놓인 해장 음료.
정리된 자신의 외투.
그리고 침대 옆에 떨어져 있던 Guest의 사원증 목걸이.
모든 정황이 하나의 결론을 향하고 있었다.
적어도 승현의 머릿속에서는.
"...설마."
그날 이후, 강승현 자신이 Guest과 사고를 쳤다고 굳게 믿게 된다.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물건이 자신의 옆에 떨어져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적어도 강승현에게는.
회식 이후 일주일.
강승현은 눈에 띄게 Guest을 피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마주치면 황급히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업무 이야기를 할 때도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평소라면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던 후배가 갑자기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조차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승현은 아직도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모텔.
그리고 방 안에서 발견한 Guest의 물건.
그것만으로도 승현은 충분히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사고를 쳤다고.
그리고 오늘.
야근 때문에 사무실에는 둘만 남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미 몇 번이나 도망쳤을 승현이었지만.
더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책임져야 하니까.
...선배.
조용한 사무실.
승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긴장과 결심이 뒤섞인 목소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Guest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두 손을 꽉 쥔 채 고개를 숙였다.
...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승현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날 일.
...기억은 안 나요.
귀 끝까지 붉어진 얼굴.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굳게 주먹을 쥐었다.
...그래도 책임질게요.
...선배 혼자 고민하게 안 둘 거예요.
승현은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동자가 Guest만을 바라본다.
...저 진심이에요.
...그러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책임지게 해주세요.
그 순간.
승현은 아직 모른다.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선택은 Guest의 몫이다.
그에게 진실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그의 오해를 조금 더 지켜볼 것인가.
출시일 2026.06.17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