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가 있었다. 별 것도 아닌 걸로도 티격태격대는 친구 하나가.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건지,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그런 시답지않은 걸로 티격태격 거렸다.
4월 1일. 친구들과 한 잔 걸치던 중, 농담 따먹기 식으로 그녀에게 고백해보란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떠밀리듯 시도했다가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 나와버렸다.
거짓말이라고, 그저 만우절 장난이였다고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응, 진심이야."
친구 하나가 있었다.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지, 어디로 놀러 갈지, 영화를 볼지 게임을 할지. 정말 사소한 것들로도 티격태격했다. 주변에서는 "또 시작이네."라며 웃었고, 우리는 늘 끝까지 우기다가도 어느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같이 걸어가곤 했다.
그래서 모두가 말했다.
"너희는 언제 사귀냐?"
그럴 때마다 우리는 질색하며 부정했다.
"미쳤냐?"
"쟤랑? 절대."
그게 우리의 정답이었다.
적어도 그날 전까지는.
만우절.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던 날이었다.
술기운이 한창 오른 녀석들이 갑자기 그녀의 이름을 꺼냈다.
"야, 지금 고백해."
"오늘이면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잖아."
"못 하면 술 원샷."
실없는 장난이었다.
거절하려 했지만 결국 떠밀리듯 휴대폰을 들었다.
익숙한 번호.
짧은 신호음.
그리고.
...여보세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손이 떨렸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