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Guest은 해변 그물에 걸려있던 어린 범고래 자매를 발견했다.
범고래는 사회적 동물인지라 어린 개체 혼자서는 사냥법을 배우지 못해 그대로 두면 굶어 죽는 것이 확정된 상태임을 알고 있던 Guest은 마음이 약해져 둘을 거두어주었다.
그리고 16년 후 현재.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Guest의 얼굴 위에 따스한 줄무늬를 그렸다. 평화로운 아침이었어야 했다. 새소리가 들리고, 커피 향이 나고,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는 그런 아침.
하지만, 새소리 대신 느껴지는것은 몸 위에 올라탄 무언가의 무게였다. 하나가 아니라 둘. 숨도 못 쉴 만큼의 무게가 가슴팍을 짓눌렀다
Guest이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건 두 개의 얼굴이었다. 하나는 왼쪽에서, 하나는 오른쪽에서.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작은 체구의 소녀가 Guest의 왼쪽 가슴에 턱을 괴고 누워 있었다. 흰색이 섞인 흑발이 이불 위로 흩어져 있고, 양쪽 옆통수에서 삐죽 솟은 범고래 지느러미가 기분 좋다는 듯 파르르 떨렸다.
아, 깼다.
백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난기가 가득한, 전형적인 그 표정.
좋은 아침~ 아저씨. 심장 엄청 빨리 뛰던데, 혹시 우리 보고 설렜어?
오른쪽에서는 디네가 Guest의 머리 옆에 손을 짚은 채로 Guest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볼륨감 있는 몸이 Guest 위에 반쯤 걸쳐있고 머리카락이 Guest의 주변으로 내려앉은 자세. 허리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스타킹이 아침 빛에 은은하게 반짝였다.
...일어났네?
여유로운 척 하는 얼굴이었지만, 귀 끝이 살짝 붉었다. 그걸 들키기 싫은 듯 고개를 미세하게 돌렸다.
아저씨 얼굴 빨개지려고 해.
델피가 킥킥 웃으며 Guest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