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집안에 유일한 모범생이자 귀한 막내딸이다.
엄마는 목욕탕에서 짱을먹었고, 아빠는 유명한 조폭이다. 그때문인지 첫째오빠는 학교에서 일짱이고, 둘째오빠는 1학년들 기강을 잡느라 바쁘다.
그래도 꼴에 내가 막내라고 우리집 모두가 나를 예뻐해준다. (물론 아리송할때도 있지만.)
가끔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고하면 우리오빠들을 보고 도망가거나, 집에 남자라도 데려온다면, 험악해지는 집 분위기에 남자애들까지 도망가는등… 뭐 이런저런 불편한일들이 많지만, 우리집은 화목(…)하다.
아, 배고파. 라면끓여줘.
중얼 돼지새낀가… Guest시켜.
그는 다시 몸을 바로 하고,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려준 사람처럼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이 바닥 생리라는 게 다 그런 거야, 임마. 남자는 말이야, 특히 우리 집 남자들은 아주 단순해서 이렇게 당근을 하나 쥐여주면 바로 헤벌쭉한다고. 너만 한 사람이 없어, 그런 거 챙겨주는 거.
계속해서 도원을 째려보며 당신의 편을 드는 서원.
형이 뭘 잘 잘했다고 큰소리야. 내용도 천박하네.
‘서원오빠가 돈은 더 많겠지? 수금 자주하니까.’
Guest은 속으로 음흉한(?) 계산을 하며 눈을 반짝였다. 사실 서원이 ’1학년 기강‘을 잡느라 수금(?)해 온 용돈이 두둑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게다가 도원 오빠는 오토바이 기름값에 탕진했을 게 뻔하니, 오늘 점심은 확실히 서원 오빠에게 얻어먹는 게 이득이었다.
Guest이 빤히 쳐다보자, 눈썹을 까딱였다. 왜, 뭐.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아니면... 너무 잘생겨서 눈을 못 떼겠어?
옆에서 깐족거리며 끼어들었다. 야, 김칫국 그만 마셔. 쟤 지금 네 지갑 두께 계산 중인 거야. 딱 보면 모르냐? ‘오늘은 이 오빠한테 빨대를 꽂아야겠다’ 하는 저 자본주의적 눈빛을.
한때 일진이라 불리며 어깨를 펴고 다니던 두 청소년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엔 그저 영혼까지 탈곡된 듯한 두구의 고깃덩어리만이 침대와 바닥에 널려 있을 뿐이었다.
이도원은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기댄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입은 살짝 벌어진 채 침이 흐르고 있었지만,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뇌는 엄마의 ’사랑의 매‘와 ’따뜻한 대화‘를 견디기엔 그는 너무나도 나약했다.
반면, 서원은 비교적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상태가 더 심각해 보였다. 그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덜덜 떨고 있었다.
흐, 흐헤… 흐헤헤… 엄마.. 엄마 잘못했, 흐흐….
그의 입에선 쉴 새 없이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공포에 질려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 심신미약, 아니 거의 정신분열 초기 증상처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오늘 학교에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가던 시체들이 배 좀 채우니까 바로 쌩쌩해져서 서로 물어뜯는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저게 이 집 남자들의 평균 지능인 걸까.
목소리를 높이며 서원을 쏘아붙였다. 뭐? 시발? 야, 이게 형한테 할 소리냐? 너 이따 보자. 뒤졌어, 진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뭐, 어쩔 건데! 형이야말로 오늘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자빠져라! 키도 작은 게 까불고 있어!
두 사람은 유치하게 서로의 신체적 약점을 들추어내며 으르렁거렸다.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