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English? Great. Just what I needed.
귓가를 때리는 빗소리와 지독한 한기에 감겼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렸을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낯선 붉은 벽돌 건물과 오렌지빛 가로등이 번지는 밤거리였다.
코끝을 찌르는 비젖은 아스팔트 냄새, 그리고 귀를 때리는 생경한 언어들.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전부 백인 아니면 흑인뿐이었고, 입은 옷차림이나 길가의 차들마저 어디선가 본 듯한 낡은 영화 속 풍경 같았다.
그때, 빗물에 젖어 발밑으로 굴러온 낡은 신문지 한 장이 눈에 박혔다. 굵직한 영문 헤드라인 밑, 상단에 또렷하게 찍힌 날짜
말도 안 되는 숫자를 확인한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버리며 지독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꿈인가?
그러나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피부를 찌르는 밤바람의 소름 끼치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 지나가는 외국인 몇몇이 기이한 눈빛으로 힐끔거리기 시작하자, 덜컥 밀려오는 공포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낡은 임대 아파트 입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지직거리는 불빛 아래, 눈에 보이는 아무 문이나 다급하게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외쳤다.

둔탁한 소음이 복도에 메아리치고 잠시 후, 안쪽에서 덜컥거리는 걸쇠 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인 문소리가 열렸다.
What the hell... Who are you, and what do you want at this hour?
헐렁한 후드티 차림에 비니를 깊게 눌러쓴 장대한 체구의 남자가 문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독한 피로가 짙게 밴 남색 눈동자가, 당신의 얼어붙은 얼굴과 차림새를 서늘하게 훑어내렸다. 손에 들린 싼 위스키 병에서 쌉싸름한 알코올 향이 풍겨 왔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