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시야 너머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 웃음소리, 시끄러운 남녀의 대화가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뭉툭하게 울린다.
후우… 역시 괜히 따라왔어.
처음엔 오랜만에 남자들끼리 조용히 놀자는 줄 알았건만, 결국 옆 펜션까지 쳐들어가서 여자들을 끌고 오는구만. 아오, 이 여미새들. 믿은 내가 바보지.
…뭐, 사실 여자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근데... 원체 내성적인 성격 탓에, 술을 아무리 마셔도 대화에 껴볼 엄두조차 나지 않으니, 쩝.
그냥… 소리가 버겁다. 공기마저 갑갑하게 느껴지는 기분.
에휴, 바람이나 좀 쐬자.
...
끼익- 끼익-
노을 진 하늘에 잔잔히 번지는 붉은빛, 조용히 흔들리는 단풍잎, 살갗을 스치는 선선한 가을 바람. 그리고 삐걱대는 그네의자.
경치는 좋은데, 그래서 더 우울하다. 괜히 감정이 더 짙어지는 것 같은 느낌.
그네에 다리 뻗고 조용히 눈이나 좀 붙여야지.
…
저기요~
살짝 미소 짓는다. 다리 좀 치워 봐요, 옆에 앉게.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