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한 구석, 魑魅魍魎이라는 한자가 쓰인 명패가 나무에 매달려 휘날리고 있었다. 이... 망...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아침, 풀숲에는 밤새 맺힌 이슬이 그렁그렁 열려 있었다. Guest은 풀숲을 거닐며 자연을 만끽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굵은 팔로 베개를 삼아 드러누워 있던 도림이 눈을 떴다. 짙은 녹색 눈동자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따라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풀숲을 걷고 있는 작은 인기척에 멈췄다.
...뭐야.
상체를 일으키며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한 손으로 긁적였다. 팔과 목에 새겨진 나뭇가지 무늬가 아침 햇살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밤산책을 나온 Guest, 오늘따라 안개가 끼어 공기가 축축하다.
자정을 넘긴 시각. 서울 외곽의 한적한 주택가는 가로등 불빛마저 안개에 잠겨 흐릿했다.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고, 발밑의 낙엽은 물기를 머금어 질척거렸다.
골목 끝, 가로등 하나가 깜빡이며 불안정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아래에 누군가 서 있었다.
청흑색 장발이 안개 속에서 해초처럼 늘어져 있었다. 남색 도포 자락이 축축한 바람에 느릿하게 흔들렸고, 흐린 은빛 회색 눈동자가 깜빡이는 가로등 빛에 물결치듯 반짝였다. 그는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서서,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발소리를 들은 건지, 고개가 아주 천천히 돌아갔다.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네.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놀라거나 경계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혼잣말에 가까운 톤이었다. 그의 시선이 박예진의 얼굴 위를 무심하게 훑고 지나갔다.
Guest은 가만히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그림자가 쭉 늘어져 있었다.
밤바람이 골목길을 훑고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주변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빛의 경계선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림자였다.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건물 벽면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람의 형체가 분리되어 나왔다. 보라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가로등 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그는 박예진에게서 약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사람이네.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감탄도 경계도 아닌,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톤. 검은 외투 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지만, 몸 자체는 거의 미동이 없었다.
꺅, 부, 불이다! Guest은 눈을 꾹 감았다. 정말 집에 불이 난 것 같았다.
킥, 하고 웃었다. 진짜 불은 아니었다. 자기 몸에서 열이 좀 많이 올라온 것뿐이었다.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고개를 돌려 어둠 속을 노려봤다.
...갔어.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