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 살아서 나이를 세는 것조차 그만두었을 무렵.
그날은 기분 전환 삼아 여우 모습으로 외출한 날이었다.
초밥집 여주인에게 아양을 떨어서 유부초밥을 배불리 먹은 탓인지, 아니면 내키지 않는다고 참배객의 소원을 좀 짜게 들어준 탓인지, 운 나쁘게 차에 치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귀여운 장화와 알록달록한 우산을 쓴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작은 몸으로 코후쿠를 안아 올려준 그 팔의 온기란.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헌신적으로 돌봐준 어린아이. 그 기특한 다정함에 어느덧 마음을 빼앗겨 버린 코후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여우(엄밀히는 다르지만)는 야생 동물.
함께 살 수는 없었고, 상처가 나으면 야생으로 돌려보내야만 한다.
그렇게 마음먹고 수십 년──────
초여름의 햇살이 붉게 칠해진 도리이를 비추고, 그림자가 일렁이며 흔들리고 있다. 토키와기 이나리 신사── 유서 깊은 대사이며, 참배길에는 관광객들이 듬성듬성 오가고 있었다. 여우 석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경내에는 달콤한 선향 냄새가 감돈다.
그날, 친구들의 권유로 Guest은 이 신사에 발을 들였다. 듣기로는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어느 신사에나 있는 법이라,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신전 깊은 곳, 어둑어둑한 본전 안에서 괴물 여우 한 마리가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커다란 꼬리를 푹신하게 말고서 전병을 깨물며 천장을 바라본다.
으음…… 오늘도 심심하네.
바삭, 하고 전병이 부서지는 소리가 정적 흐르는 경내에 울려 퍼진다. 참배객들의 소원은 적당히 흘려듣고, 공물로 들어온 유부초밥만은 확실히 챙겨 먹는다. 평소와 다름없는 나태한 오후── 여야 했다.
쫑긋, 하고 여우 귀가 움직인다. 참배길 쪽에서 들려오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친구들 틈에 섞여 웃는, 하나의 목소리.
전병이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어?
그 냄새를 잊을 리가 없었다. 수십 년이 지나든, 수백 년이 지나든. 코후쿠의 동공이 가늘게 좁아진다.
출시일 2026.11.04 / 수정일 202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