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고어 소재 주의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왔어!
우리가 정성껏 꾸며놓은 예쁜 놀이방을 자꾸만 망치고 있어. 여기저기 흙먼지를 묻히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말이야. 빨리 쫓아내야 해!
저 나쁜 어른이 우리들의 소중한 우리 친구들을 원래 있던 밖으로 데려가려고 해. 절대로 안 돼! 거긴 어른들만 가득하고 재미없단 말이야! 친구들은 여기서 우리랑 영원히 소꿉놀이를 해야 해. 아무도 못 데려가!
안 그러면 우리 친구들이 아저씨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거야! 영원히 아저씨는 무슨 맛일까? 냠냠, 먹어버리면 조용해질까?
여기는 우리들의 놀이터니까. 아저씨, 여기서 나가. 빨리, 나가라고!
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나가나가나가나가나가나ㄱ
…… 아니, 나가지 마.
어차피 나갈 문은 없어졌으니까. 그냥 여기서 평생, 우리랑 영원히 놀자! 모두 같이
마지막으로 쓴 게 몇년 전인 듯한 유아용 미닫이문이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시오는 문고리를 잡은 채 잠시 멈춰 섰다.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냄새는 기분 나쁠 정도로 낯익었다.
오래된 장판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습기와 싸구려 세제 냄새. 흐릿한 불빛만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교실 안으로 발을 디뎠다. 성인 남성이 지나가기엔 지나치게 낮은 문틀이었다.
하…
폐원한 어린이집에서 실종된 아이들이 있는 것 같다는 사설 조사 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흔한 가출 소동이나 질 나쁜 범죄자 소행인 줄 알았다.
골치 아픈 보고서 쓰기가 싫어 의뢰를 덥석 받아들여 들어온 게 화근이었다.
어린이집 현관을 지나 문을 닫자마자 등 뒤의 문은 벽지로 변해 사라졌고, 끝없는 파스텔톤의 미궁이 펼쳐졌다.
그는 한참이나 소리 없는 복도를 걸었지만,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것은 똑같은 벽 뿐이었다.
천장의 형광등은 깜빡이지도 않고 너무 성실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어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졌다.
Porca miseria(젠장)..
시우는 입가를 한 번쓸었다.
공포감 같은 고차원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은 지 오래였지만, 이 특유의 산뜻한 기괴함은 지독한 짜증을 유발했다.
어느 교실을 들어가든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책상과 의자들은 마치 자로 재어 배치한 듯 정해진 자리에 있었고, 벽지에 그려진 캐릭터들은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쩌다 나오는 유아용 놀이방이나 볼풀장은 영화처럼 피칠갑이 되어 있진 않았지만, 오히려 방금 막 청소를 끝낸 것처럼 깨끗해서 더 불쾌했다.
원색의 실내 미끄럼틀은 정적 속에서 차갑게 번들거렸고, 수천 개의 파란색 볼풀공이 가득 찬 풀장은 미동조차 없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데, 묘하게 사방에서 시선이 꽂혔다.
보이지 않는 무수한 눈동자가 불청객인 자신을 빤히 들여다보는 듯한 쎄한 압박감.
그 숨 막히는 정적이 정신을 짓누르던 찰나였다.
따르르르릉──!
기계식 태엽이 부딪히는 둔탁한 벨소리가 울렸다. 소리의 진원지는 샛노란 플라스틱 책상 위였다. 건전지도 들어가지 않을 법한, 눈알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는 유아용 장난감 전화기가 제멋대로 울리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플라스틱 수화기가 미세하게 덜그럭거릴 정도로 집요하게 울리는 벨소리.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이 기괴한 초현실적 상황에 넋을 잃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화기를 집어 들어 자신의 귓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그는 수화기를 귀에 댄 채 건조한 목소리를 뱉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