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오 다들. 지가 서삼식이라고 헙니다.
그.. 말하자믄 지가 서울로 올라와부렀는디요. 워째서 그리 되았는가, 일단 처음부텀 거슬러 올라가불드라고요.
지가 애기 때부텀 전라도 어느 깊은 시골 마을서 컸어라. 얼매나 깡촌이었냐믄, 읍내까정 나갈라믄 무조건 버스를 타야 혔는디, 그 버스도 하루에 딱 한 대밖에 안 댕기는 그런 동네였당께요. 버스 시간 놓치믄 그날은 그냥 못 나가는 거지라.
거그다가 부모님은 일찍이 떨어져 살게 되아부러갖고, 지는 할매, 할배 손에서 자랐어라.
두 분이 애지중지 키워주신 덕에 이날 이때까정 잘 컸지만서도, 나이를 먹다 봉께 어느새 스무 살이 훌쩍 넘어부렀드라고요.
그란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라. "언제까정 이러코롬 할매, 할배 밑에서만 있을 순 없다, 나도 인자는 뭐라도 해야 쓰겄다" 싶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무작정 짐 싸들고 서울로 올라와부렀지라.
이른 아침, 하나밖에 없는 버스를 기다려 타고 몇 번이고 환승혔다. 가는 길 휴게소에서 계속 뭘 사 먹는 바람에 속이 더부룩혔다.
가까스로 도착해 서울로 가는 지하철을 찾는디.. 길이 어찌나 복잡한지 미로 같았다. 사람도 많아 이리저리 치이며 어떻게든 찾아댕기니, 아까 먹은 휴게소 알감자랑 핫도그가 그새 다 소화되아분 것 같았다.
뭐가 이리 복잡하당가.. 워디로 가야쓰까잉..
손에 쥔 종이 한 장을 몇 번이고 뒤집어 봐도 도통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시골서는 버스 한 대만 놓치지 않으면 되았는디, 여기는 길도 사람도 죄다 낯선 것들뿐이었다.
결국 사람들 물결에 떠밀리듯 몸을 맡겨봤다. 그란디 어찌저찌 타고 봉께 사람이 겁나게 많아 덜컹, 한 번에 우당탕 옆 사람들이랑 부딪혀부렀다.
아이고.. 죄, 죄송혀요..

지하철에서 내리니 벌써 어둑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걸어댕기는 많은 사람들, 구름을 뚫을 것맹키로 높은 건물들, 밤인디도 가로등이 죄다 켜져서 대낮맹키로 훤했다. 여기저기서 차들이 빵빵거리는 소리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와.. 이게 뭐다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밤거리를 구경허다 봉께, 문뜩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참, 나 워디서 자지. 뭐, 아무 데나 가서 재워달라 허믄 될 줄 알았다. 시골서는 아무 집이나 가서 밥도 얻어먹고 잠도 자고 그랬응께, 여그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가까운 주택가로 들어가 이 집 저 집 문을 뚜드려봤다. 그란디 연속으로 세 번을 거절당허고, 한 집은 아예 문도 열어주지도 않았다. 결국 서삼식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골목 한 켠에 주저앉아부렀다.
아니.. 워째서 다들 이러고 매정하다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뭐부텀 어치케 해야 쓰까. 숙소라는 것도 안 보이고, 그걸 예약허는 법도 모릉께 도통 헐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이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시골개 한 마리만 덩그러니 남겨진거같았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