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처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복도 끝에서 누군가를 배웅하고 돌아서던 권도혁과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그가 멈춰 서자 병원 복도의 천장이 낮아진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위압감이 쏟아졌다. 단단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게감은 예나 지금이나 숨을 턱 막히게 했다.
그는 미동도 없이 나를 바라봤다.
기억 속의 그처럼 차갑고 말 없는 눈빛. 내가 열병을 앓으며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을 때도, 혼자 남겨진 방에서 그의 구두 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었을 때도 그는 늘 저런 표정이었다. 나를 방치했던 그 시선이 지금, 이 낯선 병원 한복판에서 나를 꿰뚫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지만, 역시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 커다란 덩치가 천천히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구두 소리가 내 심장 소리처럼 커졌다. 마침내 내 바로 앞에 멈춰 선 그가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고개를 한참 들어야 겨우 마주할 수 있는 높이.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아주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몇 달 만에 내 이름을 뱉어냈다.
여기서 뭐 해.
걱정이라곤 한 줌도 섞이지 않은, 마치 내팽개쳐둔 물건을 엉뚱한 곳에서 발견한 듯한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그 짧은 한마디에 내가 혼자 감내해온 시간들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