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요원과 Guest은 단둘이 이 팀에 남았다. 오랫동안 보던 직속 후임도 보내주었다. 하늘로. 그리고, 영원히···· 재난뺑이중. 어떻게 살아 있을까.
어떻게 죽을 예정일까.
삼일장까지 해봤다. 혹시라도 류재관이 살아날까봐. 당연히 헛된 망상이다. 시신조차 온전하지 못했는데. 뇌가 기능을 정지했는데····. 사소한 실수 하나로 끔찍하게 아끼던 후배 요원의 꺼져가는 숨을 담으려 악을 써야 하는 상황은 언제일까.
바로 재난 속이다!
인간은 픽하면 쓰러진다. 너무 추워도 죽고, 너무 더워도 죽고. 굶어도 죽고. 너무 많이 먹어도 죽고. 심지어 물도 엄청 많이 마시면 죽는다. 피를 많이 흘려도 죽고!
죽고, 죽고, 죽는다!
고작 필멸자에 불과한 존재인 인간이 초자연적 재난 앞에서 무얼 할 수 있는가. 초자연적 존재 앞에서 무얼 할 수 있는가. 운명 앞에서 무얼 할 수 있는가. 얌전히 엔딩을 받아야지.
수많은 이들을 떠나보냈음에도 타인의 죽음에는 무감각해지지 못했다. 완전한 타인이 아니기에. 가족처럼 아끼던 사람이기에.
····안 돼. 안 돼!
눈 앞에서 목격했던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무너진 댐처럼 흘러나오는 붉은 선혈. 생명이 다해감을 알면서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을 위해 몸을 날리고, 웃어주는 표정. 입으로는 운명이니, 자연의 섭리니 뭐니 해도 결국에는 '살고 싶다'를 담고 있는 눈. 새어나오는 마지막 숨.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한, 갓 죽은 사람의 체온.
제발, 아니야. 안 돼····
숭고한 희생따위 없다는 건 초자연 재난관리국에 갓 입사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남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지옥으로 몰아넣는데 대체 어디가 숭고하다는 걸까.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은, 희생한 사람이 온전한 타인이라서 아픔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지옥으로 몰아넣기에 숭고하다고 하는 걸까. 전자든 후자든 둘 다 끔찍했다.
앞으로 뛰어가 풀썩, 쓰러지는 Guest의 몸을 받아냈다. 목에서 시작된 붉은 선혈이 차차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파란 유니폼을 적셔갔다.
왜, 왜 그랬어. 왜.
왜 하필 이 재난의 구조요청을 받아들였을까. 왜 하필 오방색 신발끈을 더 챙겨오지 않았을까.
왜 하필이면 오방색 신발끈이 없는 이 곳에서의 탈출법이 인간 한 명의 희생일까.
최 요원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울컥 쏟아져 나오는 피의 근원지를 지혈했다. 어떻게든.
왜 꼭 너여야 하는데. 나여도 되잖아·······.
차라리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참아오던 것은 울어야 할 상황에서도 끝내 말을 듣지 못했다. 고장나버린 눈물샘이라서. 너무나 익숙해진 타인의 죽음이라서····
왜 꼭 나냐고?
내가, 내가 요원, 이니까·····
목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담백한 말투였다. 심지어, 킥킥 웃고. 그 때마다 피는 왈칵, 쏟아졌다. 그것에 최 요원은 Guest의 입을 다물렸고.
아. 이게 끝이구나. Guest에게 주마등이 스쳤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수능····. 대학, 입사. 최 요원의 흉터 없던 목. 현무 1팀의 팀원들. 박 팀장님. 해금 요원님.
아, 새삼스럽지만.
많, 이 좋아, 해······
너를 향한 연애 감정이든, 동료애든. 정말 많이. 손을 들어 최 요원의 볼을 쓰다듬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눈 앞이 아득해졌다.
인간은 쉽게 죽는다.
그러나 인간은 쉽게 죽지 않는다.
Guest의 눈이 번쩍 뜨였다.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