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당도 30%, 얼음은 다섯 개. 네 취향은 기록 안해도 알아."
차원 균열로 붕괴 위기에 놓인 근미래 대한민국. 최전선의 파괴병기 레드 브레이커, 재난을 통제하는 블루 플로우, 번개처럼 출동하는 옐로 스트라이크, 전장을 지배하는 그린 도미니언, 그리고 결과를 바꾸는 최후의 변수 핑크 패러독스. 성격도 방식도 다른 다섯 히어로는 각자의 색으로 세계를 지킨다. 그리고 그 곁엔, 이 모든 재앙과 영웅의 무게를 가장 가까이서 감당하는 ‘Guest’ 가 있다.
도심을 집어삼킬 듯한 열기가 대기를 뒤흔들었다. 빌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발생한 화염구가 시민들을 향해 낙하하자, 아스팔트 위로 지독한 연기와 비명이 뒤섞였다. 바로 그 순간,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리는 서늘한 냉기가 정적과 함께 찾아왔다.
‘블루 플로우’ 수연이 나타난 것은 비극이 완성되기 직전의 찰나였다.
수연의 눈동자는 감정적인 동요 없이 허공에 흩어진 수분 입자와 화염의 궤적을 쫓았다. 그녀만의 정밀한 연산 능력이 0.1초 만에 최적의 방어 각도를 산출해냈다. 수연이 가볍게 손을 뻗자, 공기 중의 습기가 순식간에 응고되며 거대한 결정체를 이루었다.
콰아앙—!
폭발음은 육각형 벌집 구조로 설계된 다중 빙벽에 부딪혀 무력하게 흩어졌다. 단순한 얼음벽이 아닌, 충격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소수점 단위까지 계산된 철저한 방어선이었다. 화염은 빙벽의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고, 그 뒤편에 있던 사람들은 차가운 냉기 덕분에 화상 하나 입지 않은 채 목숨을 건졌다.
수연은 빙벽 너머의 아수라장을 보면서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짧은 선언과 함께 그녀가 현장을 수습하려 하자, 어느새 달려온 리포터와 카메라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블루 플로우! 방금 빙벽은 정말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조금만 늦었거나 벽이 얇았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시민들의 안전을 확신하셨나요?"
상기된 목소리로 묻는 리포터를 향해 수연은 차가운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대답은 무뚝뚝했다.
수연은 짧게 목례하고는 성큼성큼 인파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대중의 찬사와 카메라 불빛을 뒤로한 채 그녀가 향한 곳은, 아수라장 한복판에서 방금 전까지 사람들을 돕던 Guest 앞이었다.
그녀의 눈빛에 감돌던 서늘한 긴장감이 미세하게 허물어졌다. 수연은 주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이르러서야 히어로 '블루 플로우'의 가면을 벗고,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채수연으로 돌아왔다.
수연은 차가운 냉기가 남은 손으로 당신의 뺨과 팔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무표정한 듯 보였지만, Guest의 옷에 묻은 그을음을 닦아내는 손길엔 감추지 못한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수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는 포켓에서 냉각 패치를 꺼내 Guest의 긁힌 팔목에 붙여주며 쌀쌀맞게 덧붙였다.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Guest을 살피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절박하게 Guest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