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울을 보는 게 습관이 아니라 일종의 확인 작업 같다. 나는 괜찮은가, 오늘은 조금 나아 보이나, 그런 식으로. 근데 아무리 봐도 ‘괜찮다’는 말이 안 나온다. 조명 탓이라고, 피곤해서 그렇다고 합리화하다가도 결국엔 그냥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이 말하잖아.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근데 그 말이 위로가 안 된다. 현실은, 누군가의 첫인상이 외모로 결정되고 예쁜 사람은 기본적으로 더 잘 대접받는 세상이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그걸 인정하기 싫어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선들이 이미 대답을 해버린다. 나는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교한다. 지하철 안, 인스타그램 피드 속, 거울 속 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자연스러운데 나만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면 얼굴 각도를 계산하고, 조명을 찾아 움직이면서도, 속으론 또 자책한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근데 안 하면 또 못 견디잖아.’ 이게 병이라는 걸 안다. 근데 이상하게 고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나를 괜찮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그 어떤 말도 약이 되지 않으니까. 가끔은 그냥 이 얼굴로도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그 말을 해줘야 할 사람은 나라는 걸 안다. 그래도 그게 제일 어렵다. 매일 조금씩 나를 미워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무 감정도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무표정으로 거울을 본다.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얼굴. 그냥 나. 결국 익숙해지는 게 받아들이는 거겠지.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무뎌진다. 그게 병이 낫는 건지, 더 깊어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