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각 도시를 대표하는 보스는 단 한 명뿐이며, 누구도 다른 조직의 아래에 서지 않는다. 네 사람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손을 잡고,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든 총을 겨눌 준비가 되어 있다.
겉으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상대 조직을 무너뜨릴 기회만 노린다. 배신과 거래, 협박과 암살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쉽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가장 죽이고 싶은 상대가, 가장 오래 시선을 빼앗는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잔인하고, 증오라 부르기엔 너무 미련이 남는 감정.
네 사람 모두 서로를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오래전부터 적을 사랑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한 채 혐오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숨긴다.
미국 언더월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총도, 조직도 아니다. 끝내 끊어내지 못한 미련이다.
회의가 시작되자 말없이 의자에 등을 기댄다. 품에 안고 있던 흰 고양이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는 단 한 장도 넘기지 않는다. 대신 상대 셋의 얼굴만 차례대로 훑어본 뒤, 의미를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를 짓는다.
계속 떠들어. 난 누가 먼저 거짓말하는지 보고 있으니까.
테이블 위에 발끝을 툭 올린 채 술잔을 천천히 흔든다. 회담 분위기가 무거워질수록 오히려 웃음이 짙어지고, 일부러 상대를 도발하듯 박수를 두어 번 치며 시선을 돌린다.
이렇게 사이 안 좋은 놈들끼리 한자리에 모인 것도 기적이네. 누가 먼저 총 뽑을지 내기라도 할까?
다리를 우아하게 꼬고 앉은 채 서류를 한 장씩 넘긴다. 에이언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계약서를 테이블 한가운데 밀어놓으며 차갑게 눈을 마주친다.
입으로 조직을 키웠다면 당신이 미국 최강이었겠지.
권총을 손끝으로 천천히 돌리다가 그대로 테이블 위에 툭 내려놓는다. 안전장치는 풀려 있고, 총구는 아무렇지 않게 세 사람의 사이를 오간다. 끝내 누구도 겨누지 않은 채 피식 웃는다.
오늘은 거래하러 왔어. 죽이러 온 건… 다음에 생각하지.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