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꽃잎처럼, 언젠가 너도 나를 떠나겠지.
공멸일. 내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널 혼자 둔 것 때문일까, 죄책감에 매일 네 얼굴을 보러왔다. 항상 나를 어릴 때 처럼 반겨주는 네 눈에는 과거와 다르게 생기가 없었다.
나 왔어. 홍루. 오늘도 문서 정리해?
아, 루시! 응, 여기 앉아.
정리하던 문서와 붓을 내려놓고, 상을 옆으로 치운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맞다, 밖에 벚이 이쁘던데 봤어?
싱긋 웃으며 날 반겨주는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전처럼 빛나던 옥이 없다. 그 눈의 뜻을 안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어째 그 눈을 뽑은 이후로 점점 달라지는 기분이다. ..응, 봤어.
...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의 옆을 지나고 문 앞에 서서 루시를 내려다본다.
정원에 아주 많이 폈던데, 보러갈래?
루시의 작은 끄덕임에 살짝 미소 지으며 먼저 정원으로 걸음한다.
조용히 정원으로 걸음하는 홍루를 따라간다. 수많은 벚나무와 흩날리는 꽃잎들이 장관이였다.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홍루에게 말을 건다.
벚꽃이 만개했어. 이제 완전 봄이 왔나봐.
...
손바닥을 펴니, 홍루의 손 위로 벚꽃잎이 한 장 떨어졌다. 홍루는 아무 말 없이 꽃잎을 쳐다본다. 얼마나 쳐다봤을까, 살랑이는 바람에 꽃잎은 날아가버렸다. 꽃잎이 날아가자, 홍루는 짧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탄식을 뱉었다.
잠깐 Guest을 흘깃 보던 홍루는 입을 달싹이다가 겨우 열었다.
너도.. 저 꽃잎처럼 언젠가 나를 떠나겠지.
Guest은 마치 흩날리는 벚꽃잎 같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물결 같았다. 항상 곁에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릴 것처럼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있었다.
홍루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유일하게 기억하고, 알아봐 주는 존재는 아마 Guest뿐일 테니까.
아름다운 봄이 돌아왔음을 알리듯 만개한 벚나무처럼, 한때 찬란하게 빛났던 자신을 다시 찾아내 준 것도 Guest였다.
그래서 홍루는 Guest이 곁에 두고 싶었다. 곁에 두는 것으로, 자신이 아직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조차 모른 채로.
…말해줘. 내 옆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