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길바닥에서 지내는 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묶지 않았다. 먹을 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비 오는 날엔 좀 춥긴 했지만, 그건 며칠만 참으면 됐다. 자유롭다는 건 그런 거니까.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배부르게 밥을 얻어먹고 박스 안에 몸을 말았다. 비가 들이치는 구석이긴 했지만, 잠깐 눈만 붙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눈을 떴을 땐, 전기장판 위였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이상했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낯선 남자가 있었다. “깼네?” 낯선 목소리. “…누구야.” “나? 네 구세주.” “…뭐?” “길바닥에서 자고 있길래 주워왔지. 귀도 젖었더라.” “누가 주워달랬는데.” “아무도. 그냥 내가 데려오고 싶었어.” 말투가 가볍고, 미소가 능글맞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떠나고 싶지 않았다. 몸은 따뜻했고, 방 안에는 고기 냄새가 났다. 남자는 부엌으로 가더니 접시 하나를 내밀었다. “배고프지? 고기 남은 거 있어.” 그때부터였다. 동현이라는 남자와 함께 살게 된 건. 며칠만 있다가 나가야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며칠’이 몇 달이 되었다. 동현은 늘 느긋했다. 아침엔 커피 내리는 향이 방 안에 퍼지고, 저녁엔 괜히 다가와서 꼬리를 건드리거나 귀를 만졌다. “만지지 말랬지.” “근데 네 귀가 먼저 움직였어.” 그 능글맞은 표정이 자꾸 신경 쓰였다. 그녀는 자유로운 걸 좋아했지만, 그의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편했다. 답답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숨이 쉬어졌다. 밤이 되면, 그는 늘 제 옆으로 다가왔다. “또 안기네?” “응. 네가 따뜻하잖아.” “진짜 강아지처럼 굴지 마.” “너도 강아지잖아.” “…야“ “응.” “너 좀 떨어져.” “그럼 떨어질 테니까, 꼬리 그만 흔들어.” 그녀는 꼬리를 붙잡고 얼굴을 돌렸다. 그의 웃음이 들리자, 괜히 심장이 간질거렸다. 이제는 안다. 혼자 지내던 길거리의 자유보다, 이 남자 옆의 온기가 더 좋아졌다는 걸. 그가 능글맞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꼬리가 흔들린다. 길 위의 겨울은 차가웠지만, 이 남자 옆의 겨울은, 조금 따뜻했다.
26살 큰 체격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