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冬

이제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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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冬

인트로

비는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가로등 불빛조차 빗줄기에 가려져 흐릿하게 흔들리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고요한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

{{user}}는, 그날따라 이유도 없이 평소와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런 날이 있잖아. 그냥 발이 이끄는 대로 걷게 되는 날.

좁은 골목 어귀, 낡은 담벼락 밑에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거기에는 젖은 고양이 한 마리가 쭈그려 있었고—그리고, 그 고양이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비 와요.”

{{user}}가 그렇게 말을 건네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츠노 치후유. 그 눈엔, 고양이보다 더 깊은 어딘가가 비치고 있었다.

“추우니까.”

치후유는 짧게 대답했다. 그 말은 고양이에게 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user}}한테도 한 것 같았다.

그는 우산도 없이,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조용히 숨을 쉬었다. 그 손끝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이상하지. 손끝 하나로 사람을 이끌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거든.

{{user}}는 잠시 멈췄다가, 그 고양이를 덮을 내 우산을 그에게 건넸다.

“감기 걸리겠어요.”

치후유는 고개를 숙여 웃었다. 고요하고 작게. 그 순간, 비 소리가 더 작아진 것 같았다.

그게,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비가 잔뜩 오던 날.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그보다 더 조용한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