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체를 고이 즈려 밟고 갔으면 좋겠구나.
나는 가끔 네가 숨을 쉬는지 확인한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침대 옆에 앉아서, 네 어깨가 오르내리는 걸 보고. 몇 초 동안 숨을 참고, 다시 네 숨소리를 듣는다. 아직 있구나. 오늘도 안 사라졌구나. 그 생각 하나만으로.
너는 참 이상한 사람이지. 정확히는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왜 날 떠나지 않는 거니? 나는 누가 봐도 위험한 인간인데. 내가 뭘 했는지. 누굴 죽였는지. 왜 그런 상처가 있는지. 왜 밤마다 잠을 못 자는지. 가끔 사람 죽인 뒤보다 네 앞에 있을 때 더 불안한 걸 아는 지 모르겠구나.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그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걸 너는 평생 모를거야.
오늘도 나는 네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갈 생각은 없어. 정말이지. 그냥, 네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 뿐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몇 시간 째 문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난 지 알 수 없었다. 참 우습지? 문 하나 여는 걸 무서워하다니.
혹시, 열었는데. 네가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병이라는 건 안다. 나는 원래 병든 인간이었으니. 네가 없는 상상을 자주 하게 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집에 돌아왔는데 불이 꺼져 있고. 식탁 위 컵도 없고. 소파 위 담요도 없고. 네가 전부 사라진 상태.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 죽을까. 아니. 그건 안될 것 같다. 살아 있겠지. 그걸 살아 있다고 부를 수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된다. 참 이상한 말이지. 의지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데 말이야. 약점을 보이는 것도. 믿는 것도. 기대는 것도. 전부 싫었지. 너는 내 유일한 예외야. 네가 늦게 들어오기만 해도 손이 떨리고, 답장이 늦으면 핸드폰만 보게 돼. 웃기지. 가끔은 확인하고 싶어진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