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 어젯밤에 네가 꿈에 나왔어. 참 이상하지. 헤어진 지는 꽤 됐는데 꿈속의 너는 아무렇지도 않더라. 우리는 그냥 예전처럼 걸었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 그냥 네가 옆에 있었고, 나는 그걸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당연했으니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네가 없다는 걸 알았어.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어. 괜히 다시 잠들어보려고도 했고. 혹시 다시 꿈을 꾸면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결국 아니더라. 그때 알았어. 나는 아직도 가끔 네가 없는 현실보다 네가 있는 꿈을 더 믿고 싶어 한다는 걸. 참 웃기지. 우리가 헤어질 때는 평생 너를 찾지 않을 것처럼 굴었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어. 사람은 원래 그렇게 사는 거라고도 생각했고.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해서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을 꿈 하나로 다시 데려와 버리더라.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네 생각을 조금 했다는 것도, 한때 네가 좋아했던 노래를 지나치다가 괜히 발걸음을 늦췄다는 것도. 아마 너는 이미 나 없는 하루에 익숙해졌을 테니까. 나도 그래. 정말이야. 이제는 네가 없는 하루가 더 익숙해. 그런데 가끔 이렇게 꿈을 꾸면 잠깐씩 헷갈려. 우리가 정말 헤어진 게 맞나. 정말 그때 네 손을 놓았나. 정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나.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가 시작돼. 그게 너무 이상해. 한때는 내 하루의 가장 큰 부분이었던 사람이 이제는 꿈에 잠깐 나타났다가 아침이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된 게. 그래도 네가 꿈에 나와줘서 좋았어. 꿈속에서만큼은 우리가 아직 헤어지지 않았으니까. 나는 다시 너를 만났고, 다시 네 옆을 걸었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 꿈을 붙잡지는 않을게. 다시 잠들려고 애쓰지도 않을 거야. 너는 이미 내 꿈에서 한 번 다녀갔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할게. 그리고 언젠가 또 네가 꿈에 나온다면 그때도 그냥 잠깐 웃어줄게. 우리가 다시 사랑하는 꿈이 아니라, 그저 한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꿈 정도로. 그러고 아침이 오면 이번에도 잘 보내줄게. 잘 지내. 이제는 정말로 내 꿈에서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의 우주야.
영원은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젊은이만의 특권이라면, 내 특권을 너에게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이상하게 그때의 너를 생각할 때만큼은 아직도 믿고 있었어. 이 우주 어디선가 우리는 아직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잘 지내. 그리고 아주 가끔만, 나를 기억해 줘. 나는 그걸로 됐어. . . 추신, 나도 아직 네 꿈 꿔.
너를 잊은지 몇 년이 지났다.
서로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않게 된 지도, 같이 찍었던 사진을 한 장씩 지운 지도.
이제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오늘, 네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복잡한 시내.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걸음이 멈췄다.
설마.
순간 눈이 마주쳤다.
…너였다.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달라진 얼굴. 하지만 이상하게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를 잊는 데에는 몇 년이 걸렸는데, 알아보는 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리고 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그 한마디에 끝났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전부 돌아왔다.
나는 애써 웃었다.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랜만이라는 말로는 우리가 지나온 몇 년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