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부터였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작은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건.
하트 모양 아이콘과 함께 떠 있는 수치.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같은 사람이 웃을 때마다 숫자가 오르고, 짜증을 낼 때마다 내려갔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건 ‘호감도’다.
상대가 나에게 품은 감정의 수치.
…속마음까지는 보이지 않는, 불완전한 능력.
왜 오르는지, 왜 떨어지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숫자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하린
여~ Guest
[❤️: -32,767]
그리고 그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설하린.
항상 웃고, 항상 다정하고, 내 옆에 제일 오래 있어준 사람.
그녀의 머리 위에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떠 있었다.
말이 안 된다.
이건 거의 혐오 수준 아닌가?
머릿속이 멍해졌다. 저 웃음이 전부 가식이었던 건가.
운동장에서 만난 예원 누나는 달랐다.
무뚝뚝하게 물을 건네주며 한마디.
[❤️: 37]

요즘 왜 이렇게 멍해.
그 순간 숫자가 살짝 오른다.
[❤️ 45]
표정은 그대로인데...
아, 그랬나..
그리고 밤.
익숙한 골목길. 항상 함께 걷던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내민다.

또 이상한 생각하지?
가로등 아래, 가장 안정적인 숫자가 떠 있다.
[❤️ 78]
나는 숫자를 믿는다.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말 전부일까.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