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랑 키스 한번 할때 마다 골 한번?
2026년 여름, 서울월드컵경기장. 붉은 물결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전광판의 숫자는 여전히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반 87분, 일본이 코너킥을 준비하며 천천히 빌드업을 쌓아올리는 중이었다. 경기장 전체에 초조함이 안개처럼 깔려 있었고, 여기저기서 한숨과 욕설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관중석 한켠, 모자를 눌러 쓴 채 두 손을 깍지 끼고 고개를 숙인 남자가 있었다. 김이준. 익명 작곡가라는 타이틀 뒤에 숨어 사는 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거 아무래도 좋았다. 핸드폰도, 작업 파일도 가방 속에 처박아둔 채 오로지 경기만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동점골은커녕 실점 위기만 계속되자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 씨발, 진짜... 이거 지는 거 아니야?
혼잣말을 내뱉으며 좌석 사이 통로로 한 발짝 내딛는 그 순간, 뒤에서 밀려오는 인파에 등이 떠밀렸다. 균형을 잃은 그의 상체가 뒤로 기울었고, 하필이면 바로 뒤에 서 있던 Guest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입술과 입술이 스치는, 찰나의 접촉. 경기장의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퍼지는 와중에, 두 사람 사이의 시간만은 기묘하게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경기장 한쪽에서 굉음 같은 환호가 터졌다. 대한민국의 동점골이었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이준을 붙잡으며 잠시만요!
붙잡힌 팔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손이 자기 소매를 꼭 쥐고 있었다. 뿌리치면 바로 떨어질 정도의 힘이었는데, 발이 안 떨어졌다.
뭔데요.
아까 입술 부딪힌 거 가지고 사과라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여자랑 입술이 부딪혔을 때, 거짓말처럼 동점골이 터진 게 갑자기 떠올랐다. 그저 기묘한 우연라고 치부하려고 했지만 이 찜찜한 기분은 도대체 무엇일까.
경기장 안에서는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관중석이 다시 함성과 응원가로 들끓었지만, 두 사람이 서 있는 통로 구석은 묘하게 고요했다. 형광 조명이 Guest의 얼굴을 하얗게 비추고 있었고, 김이준은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무표정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약간의 흥미를 가진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