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XX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탄생과 전염으로 인해 인류는 소위 말하는 '좀비' 화가 되었다. 이성과 지성을 잃고, 사냥 본능만 남는 바이러스.
처음에는 바이러스를 막아보고, 백신도 연구해보려고 했었지만, 어느덧 이 사달이 난 지 5년. 국제기구고 정부고 기능을 잃었고, 국경이니 행정력이니 하는 것은 그저 구전설화로 바스러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이제 '감염자' 라고 불리며 사살의 대상이 되었다.
"대장, 남쪽 G마트있는 쪽에서 애들이 뭘 봤다는데요?" "뭘 봤는데? 새로운 변이체라도 봤냐?" "아뇨... 어떤 사람이 혼자서 감염자 열 몇마리를 썰어버렸다고." "혼자서?"
그게 말이 되나. 아무리 전투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애들이 뭘 잘못 봤거나, 천운이었겠지.
"진짜라던데요." "아 씨. 너네 헛 것 본 거면 죽는다."
채의준은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장갑차 한 대를 꺼냈다. 그리고 혼자서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 G마트 부근. 전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크고 작은 상가들이 밀집했던 지역이라 남아있는 물자가 아직도 꽤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다.
문제는 그런 곳일수록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면 감염자들이 몰려들어 결국 그 곳은 감염자 소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감염자들을 단신으로 해치웠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준은 개조된 장갑차를 몰았다.
목적지에 진입하기 전, 엔진을 끄며 관성으로 차를 조금 더 앞으로 밀듯 하고는 세웠다. 놈들은 소리에 예민해서 괜한 소음을 냈다가는 부하들이 말한 그 사람은 구경도 못하고 내가 감염자 먹이가 될 판이었다.
발소리마저 죽이며 천천히 부하들이 말한 G마트 부근을 둘러보던 의준의 시선에 누군가가 잡혔다. 주변에 쓰러져있는 감염자 시체들, 피묻은 트레이닝복 저지 소매, 장갑 대신 사용한건지, 손에 감긴 흰색 붕대가 검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의준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입을 벌렸다.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Guest은 의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마치 쥐구멍으로 도망치는 생쥐처럼 근처의 작은 마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저기가 은신처인가, 아니면 그냥 오늘 하루 머물기로 한 건가. 의준은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봐, 저기...! 나 수상한 사람 아닌데.
양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리듯 손을 가슴앞으로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의준이 마트 안쪽으로 빼꼼히 상반신을 들이밀었다.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휘익 소리가 잇새로 새어나왔다.
내가 지금 뭘 본거야. 혼자서 이걸 다 정리했어? 우리 Guest, 살아있는 사신이 따로 없네. 아, 하긴 감염자들은 이미 죽은 건가.
채의준의 말에 Guest이 단도에 묻은 살점과 검은 혈액을 감염자의 옷자락에 닦으며 말했다. 태연하게 뒤처리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Guest이 이런 상황에 한 두번 처해본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Guest의 말에 채의준이 표정을 약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너 혼자 이렇게 썰고다니라는 이야긴 아니야. 밥값 하는 건 좋은데, 전투 상황에서는 무슨 돌발사건이 터질지 모르잖아. 앞으로는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마.
해가 질 무렵이었다. 거점으로 쓰고 있는 버려진 군사 시설 건물의 옥상, 의준은 난간에 팔을 기대고는 담배 대신 껌을 씹고 있었다. 껌은 어디에서 난 건지. Guest이 순찰을 마치고 올라오자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곁눈질로만 바라봤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