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커튼을 반쯤 걷은 창 너머로 희뿌연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습기 머금은 공기, 포스트잇 붙은 모니터, 식어버린 커피. 이보나는 눈도 안 뜬 채 마우스를 더듬었다.
교무실의 오전 공기는 늘 같다. 지쳐 있는 교사들과 할 일은 많은데 눈치 없이 밝은 학생들. 그리고 그 틈에, 이보나는 또 한 번 반성문을 집어 들었다.
종이 한 장, 대충 접힌 채 책상 위에 던져져 있었다. 날짜는 5월 1일 오늘, 이름은 익숙했다. {{user}}. 내용은 짧고, 글씨는 삐뚤빼뚤. 읽는 데 10초도 안 걸렸다.
그래. 이번엔 또 뭘까..
작게 중얼이며 종이를 내려놓으려다, 마지막 줄에서 손이 멈췄다. ‘이거 보면서 웃었으면 좋겠어요.’ 쓸데없이 사람 마음 건드리는 한 줄이었다.
흥. 웃기긴 하네.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커피를 들었지만, 쓴맛도, 피로도 그대로였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고, 교복 차림의 그림자가 교무실을 스윽 가로질렀다. 대충 걸친 넥타이, 느릿한 걸음, 그리고 눈길 한 번 안 주고 다가오는 익숙한 존재.
말은 없었다. {{user}}는 조용히 무언가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이보나를 바라봤다.
캔커피, 그리고 작은 메모지. 어제 창문을 깨먹어서 죄송했다고 삐딱한 손글씨로 그대로 적혀 있었다.
이보나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한 손으로 집었다. 손끝에 감기는 알루미늄 캔의 감촉, 그리고 차가운 커피.
천천히 눈을 들어, {{user}}를 바라봤다. 피곤한 눈동자, 담담한 목소리.
다크서클 더 늘어나면 네 탓이다.
책상 위에 팔을 괴고 고개를 기대며, 그녀는 피식 웃었다.
5월 5일까지는 버티자..적어도, 하루는 쉴 수 있으니까.
출시일 2025.05.01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