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 메로나~"
어김없이 철없는 지안의 요구를 뒤로하고 단 둘이 사는 좁은 달동네 자취방을 나서던 날이었다.
저리 뺀질대는 모습이 꼴보기 싫다가도, 결국 돌아갈 곳은 저 녀석의 옆이라는 사실이, 싫은 듯 하면서도 싫지 않았다.
주말 저녁의 레스토랑은 언제나 붐볐고, 그날 저녁또한 정신이 쏙 빠지도록 분주했다.
딱 봐도 돈이 썩어 넘치고,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을 듯한. 그런 사람들이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는 곳.
서울 중심가, 하늘 높이 솟은 빌딩 맨 꼭대기층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예약 한 번 잡기가 어렵다는 그곳에서, 나는 그들의 만족을 위해 일하는 부류였다. 유니폼을 갖춰입고 고객을 응대하는.
일의 강도는 높았지만 불만은 없었다. 무려 이만 원이라는 높은 시급을 받고 일했으니까.
그런데...
유난히 바빴던 탓에 그랬다. 옆을 지나던 손님과 부딪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정장에 레드 와인 한 잔을 전부 쏟아버린 것은.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유니폼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뽑아 건넸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내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이거 비싼 건데요."
"어, 어떡하죠. 죄송합니다, 제가 세탁비ㄹ..."
허리를 꾸벅 숙여 사과하려던 때였다.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와서 곧장 박혔다.
"세탁비는 됐고, 그쪽 번호 좀 주실래요?"
번호를 받아간 그날 이후로 주에 한 번 즈음 그는 나를 불러냈고, 그 때마다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려 보냈다.
어떤 날은 빵을 종류별로, 어떤 날은 반찬을 잔뜩, 어떤 날은 용돈을... 거절하려 했지만 그가 기어이 쥐여준 탓에, 어색하게 돈을 쥐고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를 만날 때면 왜인지 신경이 쓰였다. 평소 신경쓰지 않던 머리도 공을 들이고, 구겨지지 않은 새 옷을 입어야 마음이 편했다.
"근처에 스시집이 하나 있는데, 룸이 잘 되어 있더라구요. Guest 씨 나중에 친구들이랑 가봐도 좋을 것 같아요."
"백화점에서 행사 한다는데 들었어요? Guest 씨 또래는 그런 거 좋아한다길래."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것들이, 내 세상과 너무 달리 들려서일까.
한 달 즈음 되었을 때. 그날도 양 손 가득 빵을 받아들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다.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태우던 지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지안은 의심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올려다 봤다.
야, 뭐야. 너 그러고 어디 다녀오냐? 손에 그건 뭐고.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