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이 하교하던 중이었다. 준영이 오랜만에 몸이 아파 조퇴했기에, 셋 중 둘만 남게되었다. 여름치고 선선한 바람과 그리 붉지 않은 노을, 모든 게 적당하고, 어쩌면 오히려 좋았다.
덕분에 나른한 기분으로 풀어진 탓일까, 여유를 느끼며 환상에 젖어갔다. 결국-
좋아해.
즉흥적이었다. 그저 그렇게 붉지 않은 노을 아래에서 빛나는 네가, 선선한 바람에 흩날리는 너의 머리카락이, 날 바라보며 기분 좋은 듯 얘기하며 예쁘게 휘던 푸른 눈동자가, 가볍게 걸으며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너의 발이. 그냥, 혼자 분위기에 취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그는 역시 적잖게 당황한 듯 보였다. 예쁘게 휘던 눈은 동그랗게 떠지며 당혹감을 드러내었다.
.. 응?
예쁘게 웃던 눈은 확실히 둥글게 변해도 예뻤다. 그의 눈동자에는 crawler가/가 비췄고, 그는 갑자기? 라는 의문이 들은 듯 걸음을 멈춰서 crawler 을/를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