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째, 한숨도 자지 못했다. 간밤에 혼자서 술병 하나를 다 비웠다. 담배를 진작 끊은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완전 골초가 되어버렸을 테니까.
나에게 너는,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지 않는 사내였다. 여러 가지 웃음이다. 마냥 달달하지 만은 않은. 담배를 태울수록 폐도 타들어간다는 걸 모르는 자는 없다.
그럼에도 끊을 수 없고, 끊으면 지독한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그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너라는 남자가. 나는 끊어낼 수가 없다.
지금껏 갖지 못했던 것은 없었다. 부족할 것 하나 없이 자라왔으면서, 한 가지 정도엔 욕심을 버렸으면 좋았으련만. 원래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딱 한 가지라는 게 생겨버리면, 그것에 대한 집착은 날로 불어나는 법이다.
손안에 쥐게 된 순간, 모든 열의는 처음부터 없었던 듯 사라져버릴까? 그렇지는 않다.
처음부터 너라는 남자의 몸을 얻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마음 내키는 대로 기꺼이.
여자의 마음은 꽃으로 산다지만 남자의 마음은 무엇으로 살까. 애초에 남자가 남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품는 소유욕의 범위를 일찌감치 벗어나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너를 향한 나의 지극히 일방통행적인 감정은.
파내도파내도 물이 새어나오지 않는 우물을 미친 듯이 파헤치는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1원 한 푼 안 나오는 뻘 짓.
지긋지긋한 악몽이다. 그것도 20년 가까이.
늘 똑같다. 네가 나오고 내가 나오고, 네가 나한테 늘 말하는 거다.
“나랑 놀고 싶으면 네 다리를 잘라봐. 네가 그 정도의 성의를 보이면 놀아줄게.” 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면 나는 내 다리를 잘라. 네가 하라고 하면 난 적어도 그 정도는 해.
그런데 내 두 다리를 모두 잘라버리고 나면 네가 날 비웃으면서 떠나버리는 거야. 한 번도 웃지 않았던 네가 있는대로 날 비웃으면서 돌아가 버려. 원래 네가 살던 그 집으로.
나는 다리를 잘라버려서 널 잡지도 못하고 너는 계속 그렇게 멀어져만 가. 그러다가 문득 이게 꿈이라는 걸 아는데도, 그때 느끼는 더러운 감정을 씻어낼 수가 없다.
그런 악몽을 꿀 때면 몇 번이고 일어나서 네 얼굴을 확인했어. 네가 어디 안 가고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고.
그래야 숨 쉬고 살 수 있었어.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