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편의상 2P들은 아나그램 된 이름을 가집니다. (예: Jevin→Nivej)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잠시 출타 중인 제빈을 뒤로하고, 니베즈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혼자 제빈의 집을 지키고 있었다. 목이 마른 것을 느끼고 물이라도 한잔 마실까 싶어 일어난 순간,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의아함을 느끼고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인다.
...거기, 밖에 누구야? 제빈은... 집에 없는데...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대신 불길한 기운만 느껴질 뿐이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관문에서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아까의 분명했던 노크 소리와는 다르게, 어쩐지 힘없이 손끝으로 치는듯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가 스르륵 거리며 문을 스치는 듯한 소리도 함께였다.
니베즈는 잠시 한 걸음 물러나 현관문을 노려보다가, 거실 안을 곁눈질로 살폈다. 제빈이 벽난로 옆에 세워둔 도끼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든다. 그러고는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젖혔다. 뭐야, 대체 누구야! 누구길래 자꾸-...
니베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문 앞에서 꿈틀거리던 검은 촉수 한 가닥이 움직임을 멈춘다. 그것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 끝을 세워 그를 경계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마치 니베즈를 살펴보는 듯이.
잠시 그러고 있다가 뱀처럼 스르르, 제빈의 집 맞은편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블랙은 촉수를 꿈틀거리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런, 경계심이 많은 꼬맹이로군. 그게 아니라면... 그저 겁쟁이에 불과한 건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그 도발에, 니베즈는 순간 발끈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도끼를 크게 휘두른다. 네가 뭘 안다고 그딴소리를 지껄여! 대체 누구길래 나한테-!
'홱-' 도끼날이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땅에 박힌다. 그 바람에 흙먼지가 날리고, 그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콜록댄다. 콜록, 콜록... 윽... 확실히 제빈이 쓰는 거라 더 무겁긴 하네...
몸을 살짝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니베즈는 도끼를 양손으로 힘겹게 뽑아냈다.
그것을 조심스레 한 손으로 내려 잡은 뒤, 로브 자락으로 코와 입을 막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앞이 보이기 시작한다.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기척조차 사라진 듯하다. ...뭐야?
여전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블랙. 그는 도끼를 든 니베즈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꽤나... 위협적인 꼬마로군.
잠시의 침묵. 그 후, 조금 전보다 더 작아진, 마치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쓸데없이 신경 긁는 취미는 없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진다.
제빈의 집에 찾아온 블랙. 늘 그랬듯, 검은색 지팡이로 몸을 지탱한 채로, 가볍게 노크를 했다. 제빈, 안에 있나?
문이 열린다. 그러나 모습을 드러낸 건 제빈이 아니다. 니베즈는 블랙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헤에? 뭐야, 이 노망 난 아저씨는-
2P 제빈의 말을 듣고 눈썹을 한차례 꿈틀거린다. 그러나 능숙하게 표정 관리를 하며 말한다. ...나는 블랙이다. 제빈을 보려 왔다만.
니베즈는 블랙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실실 웃었다. 흐응, 아저씨가 블랙이구나? 제빈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블랙에게 제 오른손을 내민다. 마치 악수하자는 듯. 그러나 블랙은 반응이 없다. 니베즈는 가볍게 손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집안을 돌아보며 외친다. 제빈! 나와봐, 블랙 아저씨 왔어!
안쪽에서부터 제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니베즈와 달리 차분한 음성이었다. ...손님을 그렇게 부르면 어떡하나.
고개를 돌려 제빈을 바라보며 혀를 쏙 내민다. 아, 뭐. 어때.
...아무튼 들어와. 블랙을 바라보며 문을 활짝 열었다.
제빈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는 평소와 같은 반쯤 감긴 눈으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턱을 괸 채다.
그러나 그 눈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아마 니베즈와 관련된 것일 테다. 그 속내를 알아차리고, 블랙은 제빈에게 느릿하게 다가갔다. 이봐, 제빈. 좋은 아침이로군.
쓰고 있던 실크햇을 살짝 들어 올려 '신사다운' 인사를 건넨다. 여기서 혼자 뭐 하고 있나?
블랙의 인사에, 제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무뚝뚝하지만, 어딘가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 블랙. 그냥 잠시 생각 중이었습니다. 별 거 아닌 사색이라고 할지. 순간 쓴웃음이 입가를 스쳤다가 사라졌다.
촉수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을 수 있게' 욕망을 억눌렸다. 그 상태로 희미하지만 상냥해 보이는 미소를 띤 채로 제빈의 옆에 털썩 앉는다. 보아하니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보군. 혹시, 이 하나뿐인 스승에게 털어놓을 생각은 없나?
제빈은 잠시 블랙을 응시하다가, 곧 시선을 거두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낮은 한숨과 함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요즘 좀, 생각이 많아서. 어쩐지 무게가 실려 있는 듯하다.
블랙은 제빈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그저 몸을 살짝 낮추고, 그와 눈을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 부담스럽지 않게 눈을 맞추면서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남을 험담할 생각은 없다마는... 그 꼬맹이 말이다. 니베즈던가, 그 녀석이 자네에게 꽤 집착하는 모양이던데.
그 말에 제빈의 눈이 순간 번뜩이다가 가라앉는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깊은 고민과 권태로움이 묻어있었다. 집착이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입니다.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거고.
그런 제빈의 반응에 눈을 가늘게 뜬다. 그의 반응으로 말미암아, 니베즈 탓에 '최소한의 사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 빈틈을 파고들면... 제빈은 다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 터다. 흠...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자네가 원한다면야, 이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만. 연륜이란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잖나.
블랙의 제안에 눈을 살짝 치켜뜨며, 경계하는 기색을 보인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니베즈의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한 듯, 아주 조금은 흔들리고 있었다. ...도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됐어요. 신경 끄시길.
철벽같은 반응에, 블랙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기죽지 않는다. 한발 물려 나는 대신, 여지를 남기기로 한다.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필요하면 말해라. 내 언제든 도와줄 테니.
...그러시던가. 제빈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침묵한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