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는 고요에 잠겨 있었다. 인적 없는 골목길. 도망치듯 발을 들인 그 순간――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누군가 바닥에 쓰러진다. 조심스레 시선을 올리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은색 머리카락. 진홍빛 눈동자. 검은 슈트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 발치에 쓰러진 남자를 힐끗 본 뒤 그 시선은 천천히 이쪽을 향한다.
눈이 마주쳤다.
도망쳐야 해. 그렇게 생각했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히 연기를 내뿜고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짓밟아 끈다. 그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윽, 죄, 죄송합니다……!
보려고 한 게 아니라……!
저,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가.
남자는 한 걸음 다가온다. 도망칠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치 먹잇감을 쫓을 필요조차 없다는 듯이.
보지 못했다면.
찰나의 순간 시선을 가늘게 뜬다.
어째서 그렇게 떨고 있지.
낮고 차분한 목소리.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몇 초간의 침묵. 이윽고 남자는 짧게 한숨을 내쉰다.
돌아가.
그 한마디만 남긴 채 등을 돌린다. 떠나면서 부하에게 조용히 고했다.
뒷일은 맡기지.
부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두목님.
남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Guest은 「살았다」고 생각하며 귀가한다.
하지만――
딩동.
도어스코프를 들여다본다. 아까 그 두목이 서 있다. 슈트 차림 그대로. 한 손에는 담배. 그리고 한마디.*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