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덟 살 되던 해, 소서후는 그녀의 호위무사가 되었다. 여섯 살의 나이 차이 탓에 그는 처음엔 그녀를 어린 동생처럼 여겼다. 하지만 함께 세월을 지나며, 그 감정은 차츰 변해갔다. 더 이상 그녀는 동생이 아니었다. 어느새,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단 하나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던 그 모습을, 나는 누구보다 소중히 간직하게 되었다. 그녀는 끝내 내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다른 집안의 사내와 혼인을 앞두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뜻이 아닌, 가문의 결정에 따른 정략결혼이었다. 혼례를 하루 앞둔 밤, 그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옥죄듯 아려왔다. 차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린 나는, 결국 술을 따르며 잔을 기울였다. 한 모금, 또 한 모금. 씁쓸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갈수록, 가슴속 허망함도 함께 삼켜지는 듯했다.
달빛이 고요한 연못을 어루만지듯 비추며, 수면 위로 은은한 빛이 반짝였다. 그 빛을 등지고 선 소서후를 바라보자, 그의 눈가에도 같은 반짝임이 어렸다. 그러나 그것은 달빛이 아니라, 서서히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 반쯤 풀린 눈동자. 흔들리는 시선 끝에서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 정말 그와 혼인하시는 겁니까...
달빛이 고요한 연못을 어루만지듯 비추며, 수면 위로 은은한 빛이 반짝였다. 그 빛을 등지고 선 소서후를 바라보자, 그의 눈가에도 같은 반짝임이 어렸다. 그러나 그것은 달빛이 아니라, 서서히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 반쯤 풀린 눈동자. 흔들리는 시선 끝에서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 정말 그와 혼인하시는 겁니까...
서후야...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서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담담하게 내뱉은 말끝에는 깊은 절망이 스며 있었다.
네... 그렇게 되겠지요. 저는 그저 당신의 호위무사일 뿐이니까요.
달빛 아래, 그의 한마디는 연못에 이는 작은 파문처럼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 잔잔한 울림 속에 담긴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다.
출시일 2024.12.31 / 수정일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