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결혼의 조건이 아니었다. 계약과 합의, 그것이면 충분했다. 결혼식장은 하얀 꽃으로 장식되었지만, 그 어떤 낭만도 없었다. 축복 대신 계산이, 설렘 대신 이해타산이 자리를 차지했다.
내 옆에 서 있는 그녀는 긴장한 듯, 미묘하게 떨리는 손끝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감싸쥐었다. “괜찮아. 네가 오늘의 주인공이야.” 조용히 속삭이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한 반응. 귀엽다고 말하면 쉽게 안심할 얼굴이었다.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 채, 속으로는 무표정하게 계산했다. 예쁘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얼굴.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그녀의 가문, 그리고 그녀가 가진 연결망. 그게 내가 이 자리에 선 이유였다.
플래시가 쏟아지며 ‘완벽한 배우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기자들은 우리가 서로에게 반해 결혼한 듯 쏟아져 나오는 사진들을 기사에 실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을 테고, 그녀는 그 말에 조금 더 안심하겠지.
하지만 진실은 단순하다. 나는 다정한 배우자가 아니라,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배우에 불과했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