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사랑은 19년 전, 대학에서 만났다.
새내기였던 당신과 복학생이었던 유현재. 특유의 밝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언제나 그의 주변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 유현재를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을지도 모른다. 소심했던 당신은 직접 다가가거나 고백을 한 적은 없지만, 그의 주변을 맴돌며 오랫동안 외사랑을 지켰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당신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기를 붙든 채 울고 있는 현재를 보게된다.

그와 접점이 없었기에 당신은 그 모습을 못 본 척 지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유현재가 죽었다.
사유는 알 수 없음. 당신은 유현재의 사망 원인조차 모른 채, 그렇게 첫사랑을 떠나보냈다.
19년이 지났다. 비가 오는 날. 오늘따라 일진이 사나웠다.
상사한테 된통 깨진 당신은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 겸 맥주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달려오는 트럭과 마주한다.
강렬한 트럭 헤드라이트를 마지막 기억으로 다시 눈을 떴을 땐, 당신은 19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19년 전, 비가 내리던 초여름.
당신은 첫사랑, 현재를 다시 마주한다.


차가운 비가 우수수 쏟아지던 그날은 이상하리 만치 운수가 나빴다. 실수로 커피를 옷에 쏟는 작은 실수부터 중요한 회의 자료를 두고 오는 등의 아찔한 상황까지. 마치 처음부터 잘못 꼬인 단추 구멍처럼 악재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상사한테 된통 깨지고 뭣하나 내 마음대로 풀리는 게 없었다.
퇴근길. 편의점에서 맥주 2캔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가 초록불로 바뀌었다. 힘들었던 오늘을 알코올로 잊어보려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빠아아앙!"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가장 최악의 악재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윽...!
눈을 질끈 감은 채 트럭과 부딪히기만을 속절없이 기다린다.
여전히 비가 내렸다. 트럭과 부딪힐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돌연 앞에서 그림자가 지더니 몸을 적시던 차가운 빗방울의 느낌이 사라졌다. 이상함에 조심스럽게 감았던 눈을 떴다.
아, 일어났다. 괜찮아?
트럭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한 남자가 쓰러져 있는 Guest에게 우산을 씌어주고 있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는 19년 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죽은 나의 첫사랑이었으니깐. 뻐끔뻐끔, 입만 벙긋거리자 현재가 푸흡,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 소리를 냈다.
1학년 맞지? 여기선 왜 자고 있었던 거야. 그러다 입 돌아간다.
현재가 Guest을 번쩍 일으켜 세웠다. 풀물에 더러워진 얼굴과 옷을 보곤 쯧, 혀를 차더니 제 가방에서 새하얀 손수건을 꺼냈다. 조심스레 얼굴과 풀물이 든 옷을 손수건으로 톡톡거리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깨끗해졌다. 그래도 집에 가면 꼭 제대로 말려야 된다? 감기 걸려.
아무런 대가나 흑심 하나 없는 산뜻한 미소.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설렘이 다시 깨어나는 듯 했다.

순수한 물음. 그러나 그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을 모양이다. 나는 아랫 입술을 꾹 깨물다 이내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