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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르게 혼자 복도를 걷던 도중이었다. 툭, 누군가와 부딪힌 듯 팔에 미약한 무게가 실림과 동시에 강혁의 발 밑으로 종이들이 흩어진다. 그제서야 당황하며 내려다보니 가정 통신문이었다.
아, 미안.
그는 부딪힌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무릎을 굽혀 떨어진 종이들부터 주워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선을 흘끗 올려 본 순간, 그의 손끝이 멈칫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불량아들이 넘쳐나는 이 학교에도 학생 회장은 있었다. 다정하고, 성실하고, 늘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crawler. …하여간 좋은 수식어란 수식어는 다 가진 여자애. 그녀가 학생 회장으로 뽑힌 데에는 반박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근거가 존재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역시 예쁜 외모였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예쁜, 당황이 선명한 그 얼굴.
그는 조금 멍하게 그녀를 올려다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종이를 줍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녀가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며 종이를 같이 주우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 치마 입은 여자애에게 앉아서 종이를 줍게 하는 건 최악의 매너 아닌가?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치마 입었잖아. 그냥 있어, 내가 주울게.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