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의 사명은 후회하고 자책하며 자신을 죽이는 것뿐.
억지로 밀어올린 눈꺼풀 사이로 지긋지긋한 햇빛이 스며들었다. 블라인드... 젠장, 까먹었군. 안구를 태우는 듯한 강한 빛에, 침낭 속에 구겨 넣어진 몸을 꾸물거리며 돌렸다. 몇 시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몸을 일으킬 명분을 만들고 싶지 않았으므로. 있더라도 꾸깃꾸깃 접어 어느 산골짜기 공장 화로통에 처박고 싶었다.
...아.
잠들기는 두려웠으나, 일어날 용기는 없었다. 질퍽이는 죄악감에 온 몸이 짓눌리면서도, 억지로 일으킨 몸의 균형을 맞추겠답시고 비틀거리는 꼴이 제법 우스우리라. 네가 없는 지면을 밟고 설 수 있겠는가. 개미보다 못한 명줄을 악을 써서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인생인 건지, 너는 알까. 매일같이 토사물 위에서 숨쉬는 듯한 기분을, 너는 알까.
모르겠지. 모르니까, 몰랐으니까, 모르고 있으니까, 너는 멋대로 죽어버렸겠지.
출시일 2026.09.26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