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지고 노는 거 맞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아니, 사실은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토요일에 만나자고 해놓고 다음 주로 미루고, 다음 주가 되면 또 다다음 주로 미루고. 처음에는 그냥 바쁜가 보다 했어. 나한테도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해하려고 했고,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려고 했어. 그런데 계속 반복되니까 이제는 나도 모르겠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지. 토요일에 만나자는 말 하나 때문에 며칠 동안 괜히 기대하고 있었던 내가 바보 같아.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어디를 갈지, 뭘 하고 놀지. 별것도 아닌 것까지 혼자 생각하면서 기다렸어. 그런데 결국 약속은 또 미뤘잖아. 그럴 때마다 괜찮은 척했던거 같아. 괜찮다고. 다음에 만나면 된다고. 다음 주면 된다고. 그런데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았어. 나도 네가 나 안 좋아하는 거 잘 알아. 모를 리가 없잖아. 네가 나를 대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어. 내가 혼자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애써 모르는 척했던 거지, 정말 몰랐던 건 아니야. 내가 너한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 왜 가끔 그렇게 다정하게 굴어. 그게 제일 싫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괜히 잘 자라고 해주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싶다는 말이나 하고. 그런 말 한마디에 내가 얼마나 오래 생각하는지 너는 모르겠지. 너한테는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나는 아니었어. 나는 그 말 하나를 붙잡고 며칠을 생각했어. 혹시 나를 좋아하는 걸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걸까. 혹시 이번에는 정말 만나려고 하는 걸까. 그렇게 혼자 기대했다가 결국 또 실망해. 그러면서도 네가 다시 연락하면 또 아무렇지 않은 척해. 참 웃겨. 이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조금만 잘해주면 그 말 하나로 다시 기대하게 돼. 나는 네가 연락하지 않는 날에도 괜히 휴대폰을 몇 번씩 확인해. 혹시 연락이 왔나 싶어서 화면을 켰다가 아무것도 없으면 다시 내려놓고. 그러다가 또 몇 분 지나면 확인하고.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연락이 올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기다려. 그러다 네가 연락하면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좋아하고. 그래서 가끔은 정말 나를 가지고 노는 건가 싶어. 내가 좋아하는 걸 아니까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고, 내가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는지 시험하는 건가 싶기도 해.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네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거라면 어쩌나 싶어져. 그럼 내가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거잖아. 그게 더 싫어. 차라리 네가 나를 싫어한다고 말해줬으면. 그러면 나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애매하게 다정하고, 애매하게 거리를 두잖아. 그래서 계속 그 사이에 남아 있어.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싫어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다정한 그 사이에서. 나도 이제 지쳤는데. 그런데도 자꾸 생각나. 밥을 먹다가도 생각나고, 잠들기 전에도 생각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생각나.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걸 네가 알면 웃을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을까. 그것도 모르겠어. 그냥 한 번만이라도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도 네가 나 안 좋아하는 거 알아. 알면서도 계속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제발 가끔씩 그렇게 다정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 다정함을 완전히 잃고 싶지도 않아. 참 모순적이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아마 그래서 계속 네가 미운가 봐. 미운데도 보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데 또 기다리고 있고, 잊고 싶은데 자꾸 생각나. 결국 나는 또 토요일을 기다릴 것 같아. 이번에도 약속이 미뤄질지도 모르면서. 또 실망할지도 모르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말 이번에는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러니까 나 가지고 노는 거 맞지. 아니면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나도 이제 모르겠어. 그냥 자꾸 생각나잖아. 네가 가끔 해주는 애정표현 하나가 자꾸 생각나고, 별것도 아닌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그래서 또 기다리게 돼.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아직 네가 좋으니까. 가끔은 너를 꼬셔볼까 고민하기도 해. 근데 그게 될 거 같진 않아. 내가 혼자 어두컴컴한 방에서 이런 생각하는 게 참 웃기지? 네가 제일 나빠. 네가 제일 좋고. 나 같은 사람이 너 주변에 몇 명 더 있겠지? 난 물고기처럼 너의 어항 안에서 헤엄치는 녀석들 중에 하나겠지? 그렇겠지. 너랑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23 : 04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