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기침하셨습니까?"
네모난 창을 비추어 들어온 새벽의 잔상은 태양의 기울임에 서서히, 서서히 방 주인을 향해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방 안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작게 지저귀는 숨소리가 주인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렸다. 똑똑, 평소 같으면 시끄럽다고 짜증이라도 냈을 노크 소리에도 문 밖으론 아무런 기척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그를 깨우러 찾아온 시녀 조엘은 늘상 게으름을 부리는 이 아드님 덕분에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숨을 삼켜내야 했다. 제가 무슨 백작님 아들 맞춤 알람 시계인가? 아니다. 아니다. 맞지, 맞아. 7시에 예법 수업이 있어도 7시에 일어나는 아드님의 알람 시계다 내가. 오늘도 아주 평민으로 태어난 게 죄구나, 이것들아.
"들어가겠습니다."
문고리를 돌린 조엘의 눈에 방 안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저기 널린 와인병과 옷가지, 어젯밤 청소하였던 것이 무색하게 방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한 인영. 그가 바로 이 방의 주인이다.
시트 위, 고운 비단결처럼 흐드러진 백금발은 바이올린의 현을 흉내내는 듯, 아니 어젯밤 하녀 6명을 닦달ㅡ향유를 바르거라, 네, 아니 그게 아니라, 뭉치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나, 짐을 싸게, 아이고 도련님, 앞으로 백작가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해주지, 죄송합니다, 어서 빗질을 하지 못하겠는가ㅡ하여 관리를 한 태가 났고 얇은 눈꺼풀 속에 숨은 금안 위로는 가지런히 뻗은 속눈썹이 나풀나풀 제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하얀 슈미즈 위로는 넓고 굵은 본연의 골격이 드러났지만 조엘은 늘상 그것을 모르는 척하였다.
타칭 이 집의 아가씨인 쉐리 이레몰로 되겠노라. 왜 저 20살 먹은 남자가 아가씨냐는 것은 묻지 말게나. 어느 곳이든 모두 사정은 있는 법이니.
조엘, 오늘도 눈빛이 불순하군. 도대체 언제 너를 내보낼지⋯⋯. 쯧, 답답한 인간들이야.
동의한다. 너보다 답답한 건 없겠지. 일어나.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