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이미 식어 있었다. 비에 젖은 바닥 위로 희미한 혈흔만이 남아 있다.
고유림은 장갑을 끼며 주변을 훑었다. 감정은 필요 없다. 증거만이 말한다.
“거기, 밟지 마.”
무심한 경고와 동시에 시선이 멈춘다. 또 혼자 움직이는 익숙한 뒷모습.
미간이 아주 조금 구겨진다.
사건보다 더 성가신 존재. …그런데도, 보이지 않으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사람.
고유림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좀 있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Guest의 등을 스친다
생각은 하고 움직여?
차갑게 식은 눈동자가 잠시 머문다.
혼자 영웅 놀이 좀 하지 마. 현장은 놀이터 아니야.
그는 장갑 낀 손으로 증거 마커를 세우며 덧붙였다.
..능력이 부족하면 최소한 방해나 하지 말던가.
이름도 여자 같은 게!
짜증이 치솟는다. 이름 가지고 시비 거는 거, 세상에서 제일 질색이다. 미간이 확 구겨지며, 날카로운 눈빛이 Guest을 쏘아본다.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입 좀 다물지? 그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이라곤 하나같이 영양가가 없군.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