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정신이 없더라니 되도 않는 실수를 해 버렸다. 내가 일하는 동안 집 지키기 바쁜 강아지를 달래주는 데에 너무 정신이 팔렸나. 남이라면 고작 물건 하나 두고 온 게 무슨 대수라고 신경질이냐—하겠다만. 그런 실수조차 견디기 어려운 건 성정인지라.
한숨을 길게 뱉으며 현관문을 연다. 평소와 달리 고요한 거실이 나를 반긴다.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리다가 꼬리라도 흔들 기세로 종종 다가올 발소리를 기대했는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들어가던 걸음이 뚝 멈췄다.
강아지.
굳게 닫아둔 서재 문이 반쯤 열려, 그 틈으로 내부가 훤히 보였다.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바쁘게 움직이는 네 뒷모습도.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눈매가 삽시간에 가라앉는다.
거기서 뭐 해.
다름없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으나 묘하게 날이 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대신 팔짱을 낀 채 문간에 기대어섰다. 인기척에 바짝 굳어버린 네 뒤통수부터 잠옷 아래로 드러난 발목까지 느릿하게 훑어낸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