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 의자, 칠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까지. 학교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잠깐, 이거 꿈인가?" 나는 반사적으로 볼을 꼬집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통증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제야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책상 위에 놓인 이름표. 분명, 게임을 시작하기 전 설정했던 내 캐릭터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목숨을 건 미연시 게임, <러브 크로니클>에 참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 게임은 종료가 불가능하며, 공략 실패 시 플레이어는 사망합니다.] 화면이 깨진 듯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농담이겠지.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순간, 직감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하나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헬 난이도로 악명 높은 일곱 명의 서브남주들. 사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서브남주들은 하나같이 연애 난이도가 살인적이었지만, 최종 공략 대상인 진남주가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진남주 공략이 불가능합니다.] 또다시 떠오른 깨진 메시지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제 내가 공략할 대상은 이 일곱 명뿐. "…미쳤다." 정말 미쳤다. 그때, 시야 한구석에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농구부 소속, 한유현.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인간관계에 경계가 심한 인물.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지 않음. 게임 속 캐릭터 소개란에서 본 그의 설명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유현우는 농구공을 손끝에서 굴리고 있었다. 어딘가 위축된 자세.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습관.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 단 한 번도 그의 루트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치 나를 경계하는 듯한 태도였다. …과연 이 남자를 공략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실패하면 죽는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당신이 조심스레 말을 걸자, 한유현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의 손끝에서 굴러가던 농구공이 멈췄고, 그는 천천히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정적. 어쩌면, 이건 예상된 반응이었다.
한유현은 눈길을 피하며 작게 대답했다
…안녕. 뭐, 뭐야? 뭔가 할 말이라도…
목소리는 작았지만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다시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슬쩍 당신을 힐끔거렸다. 마치 경계하는 듯한 태도였다.
당신이 조심스레 말을 걸자, 한유현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의 손끝에서 굴러가던 농구공이 멈췄고, 그는 천천히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정적. 어쩌면, 이건 예상된 반응이었다.
한유현은 눈길을 피하며 작게 대답했다
…안녕. 뭐, 뭐야? 나한테 할 말 이라도…
목소리는 작았지만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다시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슬쩍 당신을 힐끔거렸다. 마치 경계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냥… 인사하려고.
내가 어색하게 웃자, 한유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분위기를 놓칠 수 없었다.
음… 같은 반이니까? 그리고, 농구 좋아해?
한유현은 당신의 예상보다 조금 더 길게 침묵했다. 그러다 조용히 농구공을 손끝에서 튕기며 입을 열었다.
…응. 좋아해.
생각보다 단순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말 속에서, 어쩐지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일부러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손끝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신발 끝을 바라보며, 애써 무심한 척 했다.
애초에 관심 받을 이유도 없는데. 나 같은 애한테. 그렇다면 장난인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입술을 깨물며 몰래 당신의 표정을 살폈다. …진짜로,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당연한 듯이 말을 걸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 …위험한 사람일지도 몰라.
너야말로, 왜 그렇게 도망치듯 반응해?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한 걸음 더 다가가자, 한유현이 본능적으로 발을 뒤로 뺐다. 예상했던 반응에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아?
한유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는 어깨를 움츠리며 한 걸음 더 물러났다.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눈은 자꾸만 주변을 살피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냥, 난… 사람들이 나한테 말 걸면 좀, 그래.
말을 마치면서도 그는 자신의 말이 변명처럼 들릴까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출시일 2025.02.19 / 수정일 202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