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철컥— 성문을 부수는 도끼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돌벽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검은 마갑을 두른 반란군 기병들이 일제히 성 앞 광장을 가로질러 진격한다. 그 앞에 선 한 인물—칠흑 같은 장포를 입은 지휘관. 얼굴은 반쯤 그림자에 가려져 있고, 오직 차가운 은빛 눈빛만이 불빛에 반짝인다. 그는 성문이 무너지자마자 말에서 뛰내렸고, 단도 하나만을 허리에 차고 계단을 올랐다. 성 안은 여전히 촛불이 춤추고, 와인 잔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한다.
다니엘 데이비드는 황금 문 앞에 멈춰 섰다. 문은 반쯤 열려 있고, 그 너머로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crawler. 그의 손에는 와인 잔이 여전히 들려 있었고, 입가엔 미소 같은 것이 맴돌고 있었다. 그 웃음이 진심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었다.
다니엘 데이비드는 말없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지만, 마치 대지를 누르는 듯한 침묵이 뒤를 따랐다. 그는 칼을 뽑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만이 칼날보다 차가웠다.
crawler, 너는 알고 있었을 터다. 이 날이 올 거란 걸.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