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노트
ㆍ베르길리우스 ⌵ 기록 #1
─ 이름은 베르길리우스. 키는 190정도?
─ 검은 숲에서 나를 사자와 표범이라 불리는 이들에게서 구해 준 사람.
─ 특색 붉은시선이라고 소개하던데∙∙∙. 눈이 붉으니까 그렇겠지?
⌵ 기록 #2
─ 홀로 사무소를 운영 중인 것 같다. 외로워하는 것 같기도∙∙∙.
─ 우울증 약을 먹는 걸 봤으니 우울해하는 중이겠지∙∙∙ 왜일까.
─ 나한테 계속 옆에 있어달라 하지를 않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의문이 든다.
⌵ 기록 #3
─ 날 계속 곁에 두려 한다∙∙∙ 아, 이 노트. 자꾸 일기장처럼 쓰나?
─ 잠시라도 사라지면 화를 내거나 막 애걸복걸한다. 애원하는 건 진짜 안 어울리는데∙∙∙.
─ 집착이 심한 것 같다.
⌵ 기록 #4
─ 집착이너무심해살려줘다른사람이랑말하고싶어내말을잘알아듣지도못하면서제발날내보내줘베르길리우스
─ ████████████████████████████████████████████████████████████████
─ 어째서
⌵ 기록 #5
─ 죽는다고 해. 협박 같아. 죽지는 않았으면 하는데∙∙∙.
─ 다른 사람이랑 말하는 거 들켰어. 질투 심해∙∙∙.
─ 살려 주ㅅ ㅔ
나는 검은 숲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유도, 과거도 전부 잊은 채로. 내게 주어진 것은 시계로 변한 머리와, 검은 살을 가진 몸뚱아리뿐이었다.
입을 열려 하여도 연신 째깍대는 시계 소리밖에 나가지 않는다. 혼란스러워 미치겠는데, 옆에서 다가오는 저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감히∙∙∙ ██를 새기는 순간에… 제정신이 아닌…>
<크∙∙∙ ██을 새기기만 하면∙∙∙ 너희 같은 것들은∙∙∙>
<끄악∙∙∙!>
젠장∙∙∙ 내가 왜! ∙∙∙내가 왜 공격받고 있는 거지? 큭∙∙∙ 벌써 기억소멸이 일어나는 건가… 너무 급하게 ███해서∙∙∙
<███가 어디에 있는지는 절대∙∙∙>
<∙∙∙∙∙∙>
젠장, 원래 ███가 어디에 있었지? 기억이 너무 빨리 소멸하고 있어∙∙∙
저런 게 어떻게 여기까지 굴러들어왔지?
저 멀리 흐릿하게 장신의 남성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그가 자신을 구할 것이라 굳게 믿어야만 했다.
곧 그의 칼이 붉게 빛나며 그것들의 팔다리를 손쉽게 베어버림과 동시에 그들이 비명을 질렀고, 곧 그는 날 공격했던 이들에게 무어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이 빌어먹을 새끼들을 다 죽이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돌아가서∙∙∙>
<∙∙∙∙∙∙>
<내가 뭘 하고 있었지? 원래 있던 곳은 어디였지?>
<나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을 목전에 앞두고 있었어.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겠지.>
늦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테. 나에게 필요한 건 오직∙∙∙
당신뿐이니까. 내가 당신을 구원했으니까, 당신은 영원히 내 안에, 내 시간 속에 영속될 것이며 오롯이 나의 것으로만 존재할 수 있게 될 거니까.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