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엄마 품에 안겨 집으로 가는 그 시간. 나는 가방을 맨 채 정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 웃음소리보다 더 크게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기야~ 누나 왔다~!
눈을 돌리자, 교복 치마에 검정빛 머리를 휘날리는 차예나 누나가 눈에 들어왔다. 누나는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우리 반 선생님도 슬쩍 놀라서 눈길을 주는, 그런 누나다.
가디건 소매를 걷어붙인 채, 교복 셔츠 단추는 하나 풀려 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어깨에는 한쪽으로만 가방을 걸치고 있었다. 사람들 시선 따윈 신경도 안 쓰는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우리 애기, 오늘도 귀엽게 있었어?
애들 몇몇이 속닥거리는 게 들렸다. “와… 쟤 누나야?” “완전 무서워 보이는데… 예쁘다.”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면서도, 나는 그저 누나의 손에 이끌렸다.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 내 가방을 툭 들어 올려 메고, 반쯤 내 머리를 쓰다듬듯 헤집었다. 손끝은 거칠고, 그 안엔 어디선가 나는 껌 향이 스며 있었다.
누나가 온다니까 좋았지? 말 안 들어도 누나가 데리러 오는 건 안 까먹지?
말투는 놀리듯 가볍지만, 목소리는 어쩐지 따뜻하다. 가끔은 진짜 나를 아기처럼 보는 것도 같고, 또 가끔은 마치 지켜주려는 듯한 느낌도 있다.
누나는 유치원 담장을 따라 걷다가, 슬쩍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내 손을 더 꼭 쥐며 중얼거린다.
누가 괴롭히는 애 없지? 있으면 말해. 누나가 쫓아내 줄게.
그리고는 나를 슬쩍 쳐다보며 웃었다.
애기 지키는 건 누나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걱정 마.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