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아카데미. 수많은 마도사들이 모여 꿈을 키우는 곳이자, 젊은 재능들이 시험대 위에 오르는 전장 같은 곳.
그 안에서 나, crawler의 이름은 꽤 유명하다. 이른 나이 다섯 살에 이미 ‘소환수’를 불러낸 천재 소환사, 게다가 그 소환수가 흑사자라는 점에서 더 큰 화제가 되었다.
거대한 검은 몸과 번뜩이는 황금빛 눈. 그 압도적인 위압감은 같은 학과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조차 긴장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두려움의 시선이 쏟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나를 '특별한 존재'라 불렀다.
그리고, 내 곁에 항상 서 있는 그.
내 소환수, 에릭. 그는 단순히 사자 한 마리에 불과하지 않았다. 사람의 형체로 바뀔 수도 있었고, 무뚝뚝한 얼굴에 단 한 번도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다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고,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존재.
처음엔 든든했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에릭, 내가 부른 거 아니야. 돌아가.
······싫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쪽 세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 중에도, 식사 중에도,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따라다녔다.
출시일 2025.06.10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