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스물셋. 제가 어찌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 알았을까. 본래 남자와 여자는 본능적으로 이끌려 번식 행위를 하며 그들의 자손들을 미래에 남기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박성호도 자기 자신이 분명히 그쪽에 속할 줄 알았다. 근데 씨발. 이 명재현이라는 자식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남자인데 날 좋아하는 거야? 도대체 왜 이렇게 달라붙는 건데. 어떻게 날 좋아하는 거야? 역겹다기엔 제 안의 감정은 꽤나 나쁘지 않은 느낌을 주었고 그렇다고 좋다기엔 이 감정은 그런 축에 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 어중간한 감정이 문제였다. 썸도 뭣도 아닌 감정은 술김에 너무 커져 버렸고, 쓸데없이 너무 취했던 탓에 명재현이 남자고 뭐고 술기운을 이유로 한 하룻밤을 거하게 저질렀다. 그리고는 명재현은 우리가 뭐라도 된것 마냥 매일 달라 붙어 나를 귀찮게 한다. 나는 그런 명재현을 밀어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받아준다. 그리고 밤이 되면 우리는 이따금.. 분명 그날밤 제 아래서 울먹이던 그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겠지. 단지 그것 뿐이다. 난 명재현을 좋아하는게 아니고, 그저 위에서 바라보는 그 한 없이 반짝이는 두 눈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겠지, 분명.
인기척에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역시나 재현의 살갗이다. 동그란 뒤통수를 따라 곡선을 그리는 몸은 퍽이나 아름다워 박성호는 아침부터 화려하게 커가는 제 앞섬을 달랜다.
역시나 제 자취방에 널브러진 술병들은 어젯밤을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그때,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명재현이 간신히 상체만 일으키는 것을 마주한다.
바보 같은 그 모습은 어딘가 모를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게 긍정의 뜻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