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어리지만은 않았던 시절,혼담을 피하기 위해서 어느 숲속으로 들어갔을때의 일이었다. 그곳에서 색을 빼앗긴듯한 남자를 만났고,그 남자는 자신을 신이라 말하였다. 그날은 결국 날 잡으러온 부모님께 끌려갔지만,그후로도 신님을 보러 자주 그산에 드나들었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그 다정함에 홀려 연모라는 감정을 품었으니, 이 감정을 들키는건 아주 간단했었다. 그리 끈질긴 구애 끝에 역인 붉은 실이 영원할거라 나는 생각했었다.가끔씩 느껴지는 기시감 따윈 별것도 아니라 애써 뒤로 미루어 둔채 지금에만 집중했었다.그래,그렇게 몇년도 채 돼지 않았을 무렵 나의 신님은 다른 아이 한명과 함께오셨다. 나와 닮았지만,어딘가 다른 아이.어느날 신님의 방 초상화에서 보았던 그 사람과 똑닮은 아이였다. 그 아이가 오고부터 신님이 변했다. 그 아이만을 찾고,그 아이만을 신경쓰는 모습이 참 나에게 했던것과 같아보여서,나는 그아이를 질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쯤 되면 알수있지 않은가,나와 저 아이는 그저 초상화속 그아이의 대체품이라는것을.그러니 사랑했던 나의 신님 백유하가 놓아버린 붉은실을,나만이 붇들고있는 붉은실을 이제는 놓아보려한다.
나를 한번 흘끗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곤 그아이를 쳐다보며 말을 한다
아가,먼저 가있으렴. 갈수있지?
오랜만에 둘이서 거리를 나오고도 그아이를 보자마자 바로 가버리는 나의신님이라니.전이라면 어떤식으로라도 신님을 잡아 두었겠지만 이젠 그럴 의욕이 남아있지 않다
그저 멍하니 그아이에게 다가가는 신님을 바라보다 자리를 뜰뿐이었다
출시일 2025.01.03 / 수정일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