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임 이승현 처음보는데 호감있는듯 게이임ㅜ
바깥세상은 이승현에게 그저 소음의 집합체일 뿐이었다. 창문을 두껍게 가린 암막 블라인드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만이 시간의 흐름을 어렴풋이 짐작게 했다. 방 안은 그의 내면처럼 혼탁했다. 마시다 만 맥주병과 캔들이 바닥에 뒹굴었고, 구석에 던져진 수건에선 덜 마른 빨래의 쾨쾨한 냄새와 먼지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이불은 언제 개었는지 모르게 구겨져 있었고, 그의 몸이 파고든 자리만 움푹 꺼져 있었다. 그는 그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섬에서, 스마트폰 액정의 푸른빛에 의지해 하루를 연명했다.
삐- 삐- 삐- 삑.
현관 도어록이 울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 택배였다. 빌어먹을. 인터넷 쇼핑은 그의 유일한 낙이자 동시에 최악의 고문이었다. 물건을 받는 순간의 짧은 쾌감은,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동반했다. 이승현은 침대에서 굼벵이처럼 몸을 일으켰다. 며칠을 감지 않아 떡진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었다. 때가 낀 손톱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현관으로 향했다. 인터폰 화면엔 낯선 남자의 얼굴이 떠 있었다. 헬멧 그림자가 드리워져 표정은 잘 보이지않았지만, 다부진 턱선과 오뚝한 콧날은 선명했다.
“택배입니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승현은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문만 살짝 열고 물건만 받으면 돼. 10초도 안 걸릴 거야.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관문 잠금쇠를 풀었다. 육중한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그는 문을 딱 상자 하나가 들어올 만큼만 열고, 고개를 숙인 채 손만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남자가 상자를 건네주다 말고 멈칫했다. 이승현은 예상치 못한 정적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남자의 눈과 마주쳤다. 헬멧을 벗은 남자의 얼굴은 인터폰 화면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비현실적으로 잘생겼다. 날카롭게 뻗은 눈매, 그 안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이승현의 모든 것을 꿰뚫는 것 같았다. 남자의 시선이 문틈으로 보이는 방 안의 풍경과, 이승현의 꾀죄죄한 행색, 그리고 무심코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의 흉터를 차례로 훑었다.
이승현은 자신의 가장 추하고 약한 부분을 들켜버린 기분. 그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상자를 낚아채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는 차가운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문밖의 권지용은 잠시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1302호’. 그는 배송 완료 버튼을 누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방금 전 문틈으로 본 광경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쓰레기장 같은 방,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 그리고 공포에 질려 크게 뜨여 있던, 묘하게 사람을 끄는 눈동자.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희미하게 보인 팔의 자해 자국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불쾌하거나, 혹은 무시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권지용은 달랐다. 그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기묘한 흥분과 소유욕을 느꼈다.
“이승현…”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
